명화 속 개와 말은 왜 그렇게 자주 그려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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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작은 검은 개를 가슴께에 안아 올렸고, 개는 분홍 혀를 살짝 내민 채 이쪽을 올려다본다. 그림을 처음 볼 때는 소년의 얼굴만 보이는데, 퍼즐로 맞추다 보면 그 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구석에 있는 동물들은 대개 그렇게 늦게 발견된다. 같은 개, 같은 말이라도 그림마다 맡은 일이 다르다. 곁에 앉아 있기만 하는 동물도 있고, 이야기에 꼭 있어야 하는 동물도 있고, 신분이나 신을 가리키는 표지 노릇을 하는 동물도 있다.
초상화 속 개는 대개 뜻이 있다
개는 오랫동안 충실함과 신의를 상징했다. 그래서 옛 초상화에 개가 앉아 있으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부부 초상화의 개는 결혼의 정절을, 귀족 초상화의 사냥개는 신분과 취미를 가리켰다.
아이와 개를 함께 그린 초상화는 특히 많다. 아이의 순수함과 개의 충직함이 겹치니 화가들이 즐겨 쓴 짝이었다. 그런데 「검은 스패니얼과 소년」의 개는 상징보다는 친구처럼 보인다. 소년은 한 손으로 개를 가슴께에서 받치고 다른 팔로 몸통을 감싸 안았다. 개는 보는 사람을 똑바로 올려다본다.
막상 맞춰 보면 이 개가 제일 까다롭다. 소년의 살구색 코트와는 확실히 갈리는데, 배경의 어두운 올리브색과는 거의 같은 어둠이라 윤곽만 보고 자리를 잡기가 어렵다. 갈색 눈, 분홍 혀, 아래로 늘어진 뒷발의 흰 발톱 끝이 보이는 조각을 하나씩 건져 내야 개가 배경에서 떨어져 나온다. 타원 바깥은 사진 배경의 검은색이어서 네 모서리 조각은 통째로 검다. 왼쪽 아래 구석에는 미술관의 색 보정 견본이 찍혀 있으니 그 조각 하나는 금방 찾는다.
이야기 속에서 제 몫을 하는 개도 있다. 네리 디 비치의 작은 「토비아와 천사」에서는 천사 손을 잡고 걷는 소년 뒤를 작은 개가 따라간다. 구약외경 토비트서에서 토비아를 따라나선 강아지다. 같은 주제의 큰 판본에는 이 개가 없는데, 왜 그런지는 같은 그림을 두 가지 값으로에서 다뤘다.
「디아나」의 회색 사냥개는 사냥의 여신을 알아보게 하는 표지다. 「응접실의 카드놀이꾼들」의 개는 반대로 이야기와 아무 상관이 없다. 오른쪽 아래 바닥에 작게 놓여 있을 뿐이다. 그 무심함 덕에 이 방에 정말 사람이 산다는 느낌이 든다. 100조각(가로 11칸, 세로 9칸)으로 맞추면 이 개는 조각 하나 안팎의 크기다.
말은 권력의 표시였지만
말 탄 인물은 대개 지휘관이거나 귀족이었고, 옛 그림에서 말은 오래도록 권력과 신분을 나타냈다. 그래도 여기 모인 말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일을 한다.
「말을 탄 용기병」의 말은 신분을 말해 주기보다 장비 목록의 한 줄에 가깝다. 에두아르 드타유는 군복과 장비를 정확하게 그리는 화가로 이름을 얻었고, 가로 14cm도 안 되는 이 작은 패널에서 말도 똑같이 꼼꼼하게 다뤘다. 굴레의 가죽끈과 쇠붙이, 안장 뒤에 둘둘 만 외투, 수통에 새겨진 부대 번호 같은 글자, 군도 손잡이가 보이고, 들어 올린 뒷발굽 밑으로 편자까지 보인다.
흑백 이미지라 색 대신 밝기로 풀어야 한다. 말의 몸통은 크고 어두운 덩어리, 하늘은 밝은 회색이어서 윤곽은 또렷하다. 문제는 몸통 안쪽이 한 가지 어둠이라는 데 있다. 안장 가장자리와 갈기, 다리 마디를 보고 자리를 찾는다. 위쪽 절반 가까이가 구름 낀 하늘이고 아래쪽 4분의 1이 모랫길이라, 말은 화면 한가운데에 띠처럼 걸린다.
「아마존의 승리」의 말들은 지위보다 움직임을 맡았다. 앞발을 치켜든 흰 말 여러 마리가 화면 왼쪽과 가운데, 오른쪽에 흩어져 있고, 오른쪽 아래에는 쓰러진 말의 머리가 보인다. 로렌 공작의 궁정 화가 클로드 데뤼에가 그렸으며 짝이 되는 그림은 「아마존의 출정」이다. 그 시절 화가에게 말을 잘 그리는 솜씨는 중요한 능력이었다.
맞출 때는 흰 말부터다. 어두운 숲 속에서 가장 밝고 큰 형태라, 먼저 자리를 잡으면 화면이 세 구역으로 나뉜다. 갈색 말과 검은 말은 나무와 땅에 쉽게 섞인다. 다리처럼 가는 부분은 조각 하나에 일부만 걸쳐 있어 알아보기도 힘들다.
서양 그림에서 말이 하던 일을 조선의 초상화에서는 가슴의 흉배가 한다. 윤동섬의 초상의 흉배에는 학 두 마리가 수놓여 있는데, 문관 당상관의 표식이다. 이 그림은 한국 회화 퍼즐 가이드에서 더 자세히 다뤘다.
새는 맥락 따라 뜻이 바뀐다
종교화의 비둘기는 성령이고, 새장 속 새는 구속이며, 날아가는 새는 영혼이나 자유인 경우가 많았다.
새는 회화 못지않게 자수 샘플러와 직물에도 자주 나온다. 소녀들이 수놓은 샘플러에 새와 꽃이 빠지지 않은 데는 도안이 단순하면서 화면을 채우기 좋았던 이유도 있다. 해나 블룸필드의 샘플러에서는 새들이 꽃병을 사이에 두고 짝지어 마주 서 있고, 아래쪽에서는 큰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편다. 앤 파자컬리의 샘플러에는 붉은 집 곁에 소가, 남자의 발치에 작은 개가 있다. 상징이라기보다 당시 도안집에서 옮겨 온 모양에 가깝다. 이름이 남지 않은 1761년 무렵의 샘플러에서는 맨 아래 칸 나무 사이에 사슴 두 마리가 서 있다.
몇 초 보고 지나치면 놓치는 것들
이 동물들은 그림의 주인공이 아니다. 미술관에서 몇 초 보고 지나간다면 거의 틀림없이 놓친다.
퍼즐은 그럴 수가 없다. 화면 구석구석을 한 번씩은 다 거쳐야 끝나니까, 배경 조각을 맞추다가 “여기 개가 있었네” 하는 순간이 꼭 온다. 퍼즐이 감상 도구가 되는 이유도 결국 거기 있고, 초상화 퍼즐에서는 그런 발견이 유독 잦다. 드타유와 드루에가 평소 그리던 것과 다르게 그린 용기병과 소년 이야기는 군복도 여인도 아닌에서 이어 했다. 주인공 옆에 누가 함께 그려졌는지를 보면, 화가가 그 사람을 어떻게 보이고 싶어 했는지가 조금 더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