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명암만 남은 고야의 투우 판화를 퍼즐로 맞추는 법
작성 · 수정
장대 하나에 몸을 맡긴 투우사가 돌진하는 소 위로 날아오른다. 그 아래는 텅 빈 모래밭이다. 프란시스코 고야가 1816년에 낸 투우 판화 연작 「타우로마키아(La Tauromaquia)」 가운데 세 장, 8번과 10번과 20번이 드로잉 · 판화 카테고리에 있다. 퍼즐 중에서도 손꼽히게 어려운 축인데, 그 까닭의 상당 부분은 이 판화를 어떻게 찍었는지에 숨어 있다.
회색은 어디서 오는가
판화에는 색이 없다. 검은 잉크, 종이의 흰색, 그리고 그 사이의 회색뿐이다. 그런데 같은 회색이라도 선을 만드는 방법과 면을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에칭은 동판에 입힌 막을 바늘로 긁어 낸 뒤 산에 담가 선을 파는 기법이어서 선이 가늘고 날카롭다. 애쿼틴트는 송진 가루를 얹은 판을 산에 담가 면 전체가 오돌토돌한 회색으로 찍히게 한다. 드라이포인트는 바늘로 판을 곧장 긁어 번진 듯 부드러운 검은 선을 남기고, 뷔랭은 조각칼로 새긴 선이다.
소장 기록의 재료 항목에 이 차이가 그대로 적혀 있다. 10번은 “에칭, 문질러 밝힌 애쿼틴트, 드라이포인트, 뷔랭”, 20번은 “에칭, 애쿼틴트”. 두 장 다 화면 대부분을 선보다 면의 톤이 차지하니, 조각 하나에 담긴 정보가 적을 수밖에 없다.
사선으로 쏟아지는 빛: 10번
「바야돌리드 투우장에서 창으로 황소를 찌르는 카를로스 5세」에서는 깃털 장식 모자를 쓴 기사가 말 위에서 창을 내리꽂고, 소는 말 밑으로 파고든다. 인물과 소는 화면 가운데에서 아래쪽으로 몰려 있고, 위쪽은 거의 빈 회색이다. 눈길을 끄는 건 기사의 깃털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부채꼴처럼 퍼져 내려오는 밝은 빛이다. 그 오른쪽 위를 유난히 어둡게 눌러 두어서 빛이 한 줄기로 쏟아지는 듯 보인다. 재료 기록에 ‘문질러 밝힌 애쿼틴트’가 있는 걸 보면 그 기법으로 낸 효과 같다.
맞출 때는 이 빛이 화면에 하나뿐인 사선 경계가 된다. 밝은 쪽과 어두운 쪽을 가르는 선을 조각에서 조각으로 한 줄씩 이어 가면 화면이 비스듬히 둘로 갈린다. 기사의 깃털은 빛이 시작되는 자리에, 말 머리는 빛 한가운데에 있어서 중간 지점을 잡아 준다.
장대 하나가 세로로 가르는 화면: 20번
「마드리드 투우장에서 보여준 후아니토 아피냐니의 민첩함과 대담함」은 제목 그대로다. 투우사가 장대를 땅에 짚고 돌진하는 소 위로 몸을 날려, 장대에 매달린 채 다리를 뻗고 있다. 화면 아래쪽 절반 넘게가 아무것도 없는 모래밭이고, 위쪽으로 목책과 객석이 가로띠를 이룬다. 관중은 왼쪽 위 구석에만 양산까지 펼쳐 들고 빽빽이 모여 있고, 오른쪽 위는 빈 객석의 가로줄이다. 장면이라 할 만한 건 가운데를 세로로 가르는 장대 하나, 그 밑을 지나가는 소, 모래 위에 길게 깔린 그림자 두 줄기 정도다.
10번이 사선 하나로 풀린다면 20번은 수직선 하나로 풀린다. 장대는 길게 뻗은 선이라 조각 서너 개를 한 번에 엮어 주고, 거기에 소와 그림자를 붙이면 모래밭에 닻이 내려진다. 그다음 목책의 판자 이음선이 보이는 위쪽 띠를 끝내면, 빈 모래밭은 사방이 막힌 구멍이 된다.
판화는 여백부터
두 장 모두 그림 바깥으로 종이 여백이 넓게 남아 있고, 오른쪽 위에 판 번호가 찍혀 있다. 이게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48조각이면 가로 8칸, 세로 6칸이라 가장자리 한 바퀴가 24조각, 딱 절반이다. 보통 직소 퍼즐처럼 이 조각들은 바깥 변이 평평해서 골라내기는 쉬운데, 거의 다 같은 종이 색이라 서로 닮았다. 이걸 구분해 주는 건 그림을 둘러싼 어두운 테두리 선이다. 이 선이 가장자리 한 겹이나 그 안쪽 한 겹에 걸려 있어서, 어떤 조각에서는 세로로, 어떤 조각에서는 가로로 지나가고, 모서리 조각에서는 꺾인다. 번호가 찍힌 오른쪽 위 모서리는 그 자체로 이정표다.
테두리 선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가면 네 변의 톤이 저마다 다르다. 10번은 왼쪽 위가 밝고 오른쪽 위와 아래쪽이 어둡다. 20번은 위쪽이 관중석과 목책의 어두운 띠, 아래쪽이 밝은 모래다. 가장자리 조각을 네 변으로 가를 때는 색 대신 이 안쪽 톤을 본다. 테두리부터 맞추는 게 항상 빠를까에서 나눈 기준으로 따지면, 그림이 여백으로 끝나는 판화는 테두리를 먼저 잡는 쪽이 맞다.
안쪽은 선을 따라간다. 조각 끝에서 잘린 선이 있으면 각도와 굵기가 맞는 조각을 찾는다. 색보다 훨씬 정확하다. 그래도 끝까지 남는 건 빈 모래와 빈 하늘이다. 완성 시간을 줄이는 습관에서 “막히면 미련 없이 영역을 바꾸라”고 했는데, 판화를 맞추다 보면 그 말이 자주 떠오른다. 거기서는 그림보다 조각의 톱니 모양이 열쇠다. 튀어나온 부분은 이웃 조각의 파인 부분과 맞물리니, 구멍 둘레의 조각들을 모양으로 걸러 가면 후보가 몇 개로 좁혀진다. 48조각 이하라면 미리보기의 점선 한 칸이 조각 하나이니, 남은 빈칸을 세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8번은 소가 사람을 뿔에 걸어 올리는 장면이라 이 두 장과는 구도가 또 다르다. 그 한 장은 빠진 판, 빠진 표지, 빠진 습작에서 따로 다뤘다.
색이 조금 들어간 판화로 연습하기
같은 카테고리에는 툴루즈 로트레크의 표지 도안처럼 색이 있는 판화도 있다. 1893년에 손으로 색을 입힌 석판화로, 강변을 걷는 남자가 재갈 물린 곰을 줄에 묶어 끌고 간다. 곰의 흰 몸통에 붙은 노랑과 주황 털 뭉치, 남자의 검은 모자와 보랏빛 도는 외투처럼 색이 든 곳에 손이 먼저 간다. 오른쪽 위에는 시인과 작곡가의 이름이 인쇄돼 있다.
쉬운 그림은 아니다. 넓은 면이 거의 종이색이라 고야와는 다른 식으로 비어 있다. 하지만 기댈 색이 조금은 있으니, 고야에 들어가기 전에 여기서 여백 다루는 감을 익혀 두면 좋다.
비워 둔 모래밭
20번을 다 맞추고 나면, 고야가 소의 질주를 그리는 데 쓴 건 소의 몸과 장대, 모래 위 그림자 몇 가닥이 전부라는 게 보인다. 나머지는 일부러 비워 두었다. 빈 모래 조각을 하나씩 대 보며 오래 들여다본 뒤라서인지, 그 빈자리 때문에 소가 더 무겁고 빠르게 달려드는 것처럼 보인다.
자주 묻는 질문
고야의 「타우로마키아」는 무엇인가요?
고야가 1816년에 낸 투우 판화 연작입니다. 이 사이트에는 그중 8번, 10번, 20번 세 장이 퍼즐로 있습니다.
색이 없는 판화 퍼즐은 무엇으로 맞추나요?
선과 명암으로 맞춥니다. 10번은 빛이 만드는 사선 경계 하나, 20번은 장대의 수직선 하나가 화면을 가릅니다. 조각 가장자리에서 잘린 선의 각도와 굵기가 색보다 정확한 단서입니다.
판화 퍼즐에서 여백은 도움이 되나요?
됩니다. 그림 바깥에 종이 여백이 넓게 남아 있고 오른쪽 위에 판 번호가 찍혀 있어서, 가장자리 조각을 먼저 골라내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