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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식기와 유리가 있는 정물화 퍼즐은 왜 유독 안 맞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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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어디를 잘라도 빨갛다. 조각 하나를 집어 들면 “아, 사과구나” 하고 금방 안다. 정물화가 대체로 퍼즐로 맞추기 좋은 것도 그래서다. 사물마다 경계가 뚜렷하고 색이 다양하며, 화면이 적당히 복잡하다. 풍경화처럼 나뭇잎이 끝없이 되풀이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정물화 중에도 유독 손이 안 나가는 그림이 있다. 은그릇이나 유리잔, 놋쇠 항아리가 나오는 그림이다.

은그릇에는 제 색이 없다

은주전자의 색은 은색이라기보다 주변에 있는 것들의 색이다. 옆에 놓인 붉은 천이 비치면 그 부분은 붉고, 창문이 비치면 밝은 회색이며, 그늘진 쪽은 거의 검다. 같은 물건인데 조각마다 색이 딴판이다.

은식기가 있는 정물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은식기가 있는 정물」을 확대해 보면 확연하다. 그릇 하나 안에 흰색, 회색, 갈색, 검정이 다 들어 있다. 색깔별로 조각을 나누는 전략이 여기서 잘 안 먹히는 이유다. 색으로 나누면 한 주전자의 조각들이 여러 무더기로 흩어져 버린다.

한 뼘 안에서 빛과 그림자가 갈린다

반사면은 좁은 거리 안에서 밝기가 극단적으로 바뀐다. 가장 밝게 빛나는 하이라이트에 짙은 그림자가 맞붙어 있다.

조각으로 자르면 이게 양날의 검이 된다. 하이라이트가 걸린 조각은 눈에 확 띄어서 찾기 쉽다. 그 주변의 중간 톤 조각들은 서로 거의 구분이 안 된다. 그래서 몇 조각은 순식간에 맞추고 나머지에서 한참 막히는 일이 생긴다.

색 대신 선과 빛을 따라간다

반사면 조각은 색을 잊고 윤곽선이 지나가는지만 본다. 그릇 테두리, 손잡이 곡선, 접시 가장자리처럼 뚜렷한 선이 든 조각을 먼저 모은다. 선은 끊기지 않고 이어져야 하니 이웃 후보가 크게 줄어든다.

가장 밝게 번쩍이는 점은 화면에 몇 개 없다. 하이라이트가 걸린 그 조각들을 먼저 제자리에 꽂아 두면 사물마다 대략의 위치가 정해지고, 그다음부터는 “이 주전자의 왼쪽 아래”처럼 범위를 좁혀서 생각할 수 있다.

전체를 한꺼번에 보지 말고 그릇 하나씩 끝내는 것도 요령이다. 반사면은 옆 사물의 색을 머금고 있어서 넓게 볼수록 헷갈린다. 하나를 완성하면 그 주변 조각들의 후보가 저절로 좁혀진다.

그리고 확대는 꼭 한다. 축소한 화면에서 반사면은 그냥 회색 덩어리다. 확대해야 붓질 방향과 미묘한 색조가 보인다. 확대를 하느냐 마느냐로 이만큼 난이도가 갈리는 장르도 드물다.

먹으로 그린 기명절지도는 여백이 문제다

장승업의 기명절지도

같은 정물이라도 장승업의 「기명절지도」는 사정이 다르다. 청동기와 꽃을 함께 놓은 그림인데, 서양 유화처럼 빛의 반사를 세밀하게 그리기보다 먹선과 여백으로 형태를 잡는다.

그러니 어려움의 종류도 바뀐다. 반사가 만드는 혼란은 적은 대신, 비단 바탕의 빈 공간이 화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서 여백이 넓은 그림에서 생기는 문제가 찾아온다. 먹선이 지나가는 조각부터 이어 붙여 뼈대를 세우고, 비단 바탕만 남은 조각은 맨 나중에 남은 것끼리 맞춘다.

은주전자 안의 보라색

반사면 퍼즐을 한 번 끝내고 나면 그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진다. 화가가 은그릇 하나를 그리려고 얼마나 많은 색을 썼는지 조각마다 확인하게 된다.

멀리서 보면 그냥 빛나는 은주전자인데, 조각으로 나눠 보면 그 안에 보라색과 초록색까지 숨어 있다. 퍼즐이 아니었다면 몇십 초 보고 지나쳤을 자리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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