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의상 퍼즐에서 반복되는 무늬가 오히려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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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금속사로 짠 꽃무늬 띠가 몸통을 위에서 아래까지 덮고 있는 혼례용 튜닉. 처음 보면 단서가 넘쳐 나는 그림 같다. 이슬람 의상 카테고리에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실제로 입던 옷들이 모여 있다. 부르누스라는 망토, 혼례용 튜닉, 여성 예복 같은 것들이다. 퍼즐로 맞춰 보면 하나같이 까다로운데, 까다로운 이유가 옷마다 다르다. 무늬가 되풀이돼서 어려운 옷이 있고, 무늬가 거의 없어서 어려운 옷이 있다.
무늬가 많을수록 헷갈린다
무늬가 많으면 단서도 많을 것 같다. 해 보면 거꾸로다. 무늬가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면 서로 다른 자리의 조각들이 거의 똑같아 보인다.
혼례용 튜닉과 한 벌 의상이 딱 그렇다. 은빛 금속사로 짠 세로 띠가 몸통 전체를 덮고, 띠마다 같은 꽃무늬가 위아래로 이어진다. 보통(6×9, 54조각)으로 열면 조각 하나의 폭에 띠가 두세 줄씩 들어간다. 이 조각과 저 조각이 같은 띠의 다른 높이일 뿐이어서, 하나를 집어 들면 “여기겠지” 싶은 자리가 대여섯 군데씩 생긴다. 색으로 나눠 볼 수도 없다. 온통 같은 금빛이다.
한 번만 나오는 것을 찾는다
되풀이되는 옷에도 딱 한 번만 나오는 것들이 있다.
무늬가 끝나는 자리부터 보자. 반복은 어디선가 반드시 멈춘다. 이 튜닉이라면 깊게 파인 V자 목선, 올이 풀려 삐져나온 소매 끝과 밑단이다. 소매에서는 띠가 비스듬히 누워 몸통의 세로 띠와 방향이 어긋나니, 조각 하나만 들여다봐도 소매인지 몸통인지 알 수 있다. 이런 경계 조각은 하나씩밖에 없으니 믿을 만한 기준점이다.
닳은 자국도 쓸모가 있다. 갓 짠 천이 아니라 누군가 입었던 옷이라, 올이 풀려 주황색 실이 비어져 나온 곳과 은빛 층이 벗겨져 노란 바탕이 드러난 곳이 군데군데 있다. 같은 띠 안에서도 그런 흠은 한 번씩만 나오니, 반복 무늬 속의 지문이라 할 만하다. 확대해 보면 조각마다 흐트러진 모양이 다르다.
마네킹도 단서다. 여기서 다루는 세 점은 모두 마네킹에 입혀 찍었고, 마네킹 목에 제조사 이름이 글자로 찍혀 있다. 글자가 있는 조각, 목 위의 금속 마개, 옷 밑으로 보이는 받침대는 옷 무늬와 상관이 없어서 한눈에 자리가 잡힌다.
옷은 그림과 달리 생김새가 정해져 있다. 소매는 좌우 대칭이고 목선은 가운데 있다. 무늬부터 보지 말고 “이 조각이 옷의 어디쯤인가”를 먼저 따지면 후보가 확 줄어든다. 천의 주름과 그림자도 마찬가지여서, 무늬가 같아도 그 위에 드리운 그림자의 방향은 자리마다 다르다. 색 대신 다른 단서를 쓰는 접근을 옷에 맞게 응용한 셈이다.
그래도 후보가 여럿 남으면 모양으로 가른다. 이 퍼즐은 완성 그림에서 실제로 이웃이고 돌기와 홈이 맞을 때만 조각이 붙는다. 비슷해 보이는 조각 대여섯 개를 차례로 대 보면 맞는 하나만 붙는다.
무늬가 없는 망토, 한 곳에만 몰린 드레스
반복이 없는 옷은 어려움이 반대 방향에서 온다.
부르누스(두건 달린 망토)는 크림색 양모 망토 한 장이다. 장식은 목 앞의 땋은 끈 여밈 하나뿐이다. 무늬가 반복되기는커녕 아예 없고, 뒤의 벽도 희어서 색 대비가 약하다. 쉬움이 3×6, 18조각으로 표기된 24보다 적게 나오니 조각 하나가 넓은 면적을 떠안는다. 이 옷에서는 천의 올이 비치는 결, 그리고 어깨선에서 흘러내려 밑단에서 바깥으로 벌어지는 주름의 그림자를 따라가야 한다.
드레스는 거꾸로 자수가 한 곳에 몰려 있다. 목둘레의 금실 잎무늬와 어깨끈의 띠를 빼면 광택 도는 검은 비단이 거의 전부다. 자수가 닿은 위쪽 조각 몇 개가 틀을 잡아 주고, 아래쪽은 주름에 생긴 흰 금과 치마 아랫단 근처의 가로 이음선이 위아래를 갈라 준다. 이런 구간에서는 단색 면이 넓은 퍼즐 공략법의 요령이 그대로 먹힌다.
24조각으로 무늬부터 익히기
솔직히 이 카테고리를 300조각으로 시작하는 건 말리고 싶다. 혼례용 튜닉은 쉬움이 4×6, 24조각이고, 이때 조각 하나에 띠가 네 줄 안팎 들어간다. 이 정도로 한 벌을 맞춰 보며 무늬의 성질을 익힌 다음 올리는 편이 훨씬 낫다. 막히면 영역을 바꾸라는 원칙도 이런 옷에서 특히 잘 통한다.
누군가 가장 중요한 날에 입었던 옷
Wedding Tunic and Ensemble 같은 옷은 누군가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에 입었다. 소장 기록에는 면과 벨벳, 금속을 감은 실이라고 적혀 있다. 금사를 얼마나 촘촘히 넣었는지, 어떤 무늬를 골랐는지에 그 지역과 그 시대의 눈썰미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미술이라고 하면 회화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몸에 걸치려고 이만큼 공을 들인 물건이라면 오래 들여다볼 이유가 충분하다. 조각을 맞추다 보면 자수 한 땀 한 땀이 얼마나 촘촘한지 눈에 들어오고, 그쯤 되면 이 옷이 왜 미술관에 있는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