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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렉이 4년 사이에 두 번 그린 가수 이베트 길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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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검은 장갑, 높이 틀어 올린 머리, 옆으로 선 마른 몸. 툴루즈 로트렉은 가수 이베트 길베르를 몇 번이고 그렸고, 그중 두 판화가 여기 있다. 하나는 드가와 로트렉의 소묘를 다룬 글에서, 다른 하나는 연작에서 빠진 조각을 모은 글에서 따로따로 한 번씩 얼굴을 비쳤을 뿐 둘을 나란히 놓아 본 적은 없었다. 두 판본 사이에는 4년이 있다. 그 4년 동안 같은 사람을 그리는 로트렉의 손이 얼마나 달라졌는지가 고스란히 보인다.

작품연도매체
이베트 길베르1894석판화 앨범 표지 면
이베트 길베르 앨범 표지 (런던판)1898석판화
「오래된 이야기들」 표지1893손으로 채색한 석판화

1894년 파리, 글과 그림이 한 면에

1894년 파리판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1894년 파리판은 왼쪽 대부분을 프랑스어 글이 메우고, 오른쪽에 검은 선으로 그린 여인이 옆모습으로 서 있다. 올린 머리, 긴 장갑, 몸에 붙는 긴 드레스를 몇 가닥 선으로 잡았고, 위에는 “Yvette Guilbert”라는 제목을 큼직하게 얹었다. 평론가 구스타브 제프루아의 글에 로트렉의 석판화 열여섯 점을 곁들인 앨범이다. 글과 그림을 한 면에 앉히는 건 당시 고급 판화집에서 유행하던 방식이었다.

1898년 런던, 선 몇 가닥만

1898년 런던판

4년 뒤 1898년 런던판은 딴판이다. 거의 하얀 종이에 검은 선 몇 가닥으로 여성의 옆모습을 그었다. 긴 장갑을 낀 팔과 올린 머리, 어깨의 윤곽이 전부다. 앞쪽에는 무대 바닥에 붙은 프롬프터 박스가 비스듬히 놓였다. 설명하던 글은 사라지고, 누군지 알아볼 만큼의 선만 남았다.

이베트 길베르는 1890년대 파리 카페콩세르의 스타였다. 긴 검은 장갑과 마른 몸, 과장된 표정이 그녀의 상징이었고, 로트렉은 그녀를 셀 수 없이 그렸다. 1894년에는 글의 힘을 빌려 인물을 소개해야 했다. 1898년에는 선을 아끼고 또 아끼면서도 보는 순간 누군지 알게 만들었다. 같은 대상 앞에서 화가의 손이 4년 사이에 얼마나 덜어 냈는지, 두 장을 나란히 두면 금방 알 수 있다.

곰을 끄는 작곡가

오래된 이야기들 표지

「오래된 이야기들」 표지에 이베트 길베르는 없지만 같은 세계의 사람이 있다. 재갈 물린 곰을 끌고 센 강변을 걷는 남자다. 장 구데즈키의 시에 데지레 디오가 곡을 붙인 노래집으로, 로트렉은 디오의 친구로서 표지를 맡았고, 곰을 끄는 남자는 디오 자신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랑, 초록, 보라 몇 가지 색을 손으로 칠한 석판화다. 이 작은 표지는 고야의 투우 판화 글 끝자락에 잠깐 나왔는데, 카바레와 카페콩세르를 중심으로 얽혀 있던 파리 밤 문화의 인맥이 여기에도 묻어 있다.

빈 종이가 가장 어렵다

1894년판은 글씨 조각, 인물 조각, 빈 종이 조각으로 나뉜다. 인물의 검은 선과 제목 글씨를 먼저 맞추고, 본문 글씨는 줄 간격으로 위아래를 가린 다음 빈 조각은 가장자리부터 채운다. 48조각이 알맞다.

1898년판은 거의 빈 종이라서 사이트 전체에서도 가장 어려운 축에 든다. 선이 지나가는 조각을 다 골라내 봐야 열 개 남짓이다. 나머지는 종이의 희미한 얼룩과 조각 모양만 보고 맞춰야 한다. 24조각을 권하고, 종이 가장자리의 그림자 조각을 먼저 두른 뒤 안쪽을 채우는 게 그나마 빠르다.

「오래된 이야기들」 표지도 여백이 넓고 색이 옅어서 만만치 않다. 곰의 갈색과 남자의 검은 옷, 위쪽 글자 조각을 먼저 맞추고, 배경의 보라와 초록은 다리 아치와 강의 수평선을 기준 삼아 잇는다.

덜어 낸 만큼의 확신

셋을 연도순으로 세워 보면 1893년에는 친구를 위한 가벼운 농담이, 1894년에는 글의 도움을 받아 소개하는 스타가, 1898년에는 선 몇 가닥으로 졸인 초상이 있다. 같은 화가가 같은 세계를 그리면서 해가 갈수록 설명을 줄이고 손끝의 확신을 늘려 갔다. 텅 빈 종이 위에 장갑 낀 팔 하나만 그어 놓고도 그게 이베트 길베르라고 믿을 수 있었던 사람. 1898년판의 여백은 그 믿음의 크기처럼 보인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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