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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로트레크, 드가의 연작에서 앞서 놓친 종이 작품 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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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투우장에서 소가 한 남자를 뿔에 걸어 들어 올린다. 고야의 「타우로마키아」 8번 판이다. 연작은 흔히 대표작 한두 점으로 소개되고 끝난다. 여기서도 고야의 투우 판화와 드가·로트렉의 소묘를 다루면서 같은 연작 안의 다른 장면은 그냥 지나친 게 있었다. 그 빠진 조각 세 점을 이어서 본다. 앞의 두 글을 읽었다면 후속편쯤으로 읽어도 좋다.

작품작가연대매체
무어인 투우사, 「타우로마키아」 8번 판고야1816에칭, 애쿼틴트
이베트 길베르 앨범 표지툴루즈로트레크1898석판화
무릎을 닦는 목욕하는 여인드가1883~84년 무렵목탄, 파스텔

「타우로마키아」에서 빠졌던 8번 판

무어인 투우사, 「타우로마키아」 8번 판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투우 판화 글에서는 「타우로마키아」 10번 판을 다뤘다. 이 판은 같은 연작의 8번이다. 소가 한 남자를 들어 올린 사이, 오른쪽에서 다른 남자가 창을 들고 달려든다.

「타우로마키아」 앞부분은 스페인 투우의 기원을 무어인(이슬람 시대 스페인의 아랍계 주민)에게서 찾는 전설을 그린다. 이 장면은 그 무어인 투우사가 소에게 당하는 순간이다. 고야는 영웅적인 승리보다 사고와 위험을 즐겨 그렸고 이 판도 마찬가지다. 애쿼틴트로 깐 회색 면 위에서 인물의 검은 선이 도드라진다.

판화 전체가 회색 톤이라 48조각으로 해도 색보다 형태로 푼다. 소와 두 인물의 진한 조각을 먼저 맞추고, 배경은 위쪽의 어두운 회색과 아래쪽의 밝은 모래로 나눈다.

프롬프터 박스 옆의 이베트 길베르

드가·로트렉 소묘 글에서는 로트레크가 가수 이베트 길베르를 그린 다른 판화를 다뤘다. 이번 것은 1898년 앨범의 표지, 그러니까 첫 장이다.

이베트 길베르 앨범 표지

거의 흰 종이 위에 검은 선 몇 가닥으로 여성의 옆모습을 그렸다. 긴 장갑을 낀 팔, 올린 머리, 어깨 윤곽이 전부이고, 앞쪽에 무대 바닥에 붙은 프롬프터 박스가 비스듬히 놓였다. 이베트 길베르는 1890년대 파리 카페콩세르의 스타 가수였다. 긴 검은 장갑과 마른 몸, 과장된 표정이 그녀의 상징이었다. 로트레크는 그녀를 수없이 그렸는데, 이 표지에서는 무대 앞에서 배우에게 대사를 일러 주던 프롬프터 박스 옆에 선 순간을 잡았다. 선을 극도로 아끼면서도 누군지 단번에 알아보게 만드는 것, 그게 로트레크의 솜씨다.

퍼즐로는 여기 모은 것 가운데 가장 어려운 축에 든다. 선이 지나가는 조각을 다 골라내도 열 개 남짓이고, 나머지는 종이의 미세한 얼룩과 조각 모양만 보고 맞춰야 한다. 그래서 24조각이면 충분하다. 종이 가장자리의 그림자 조각을 먼저 두르고 안쪽을 채우면 그나마 빨리 끝난다.

「몸을 닦는 목욕하는 여인」의 짝 습작

무릎을 닦는 목욕하는 여인

드가·로트렉 소묘 글에 나온 「몸을 닦는 목욕하는 여인」에는 짝을 이루는 습작이 있었다. 등을 보인 여인이 한쪽 무릎을 세우고 몸을 숙여 무릎을 닦는다. 머리는 짙은 갈색이고 몸의 윤곽은 목탄으로 굵게 그었으며, 몸 둘레 군데군데에 푸른 파스텔을 칠했다.

드가는 같은 모델에게 여러 자세를 취하게 하며 연작을 만들어 갔다. 등과 팔의 굵은 선에서 몸의 무게가 느껴지고, 푸른 파스텔은 욕조나 벽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습작들이 나중에 더 큰 파스텔 작품으로 자라났다.

24조각이나 48조각으로 맞추면 짙은 머리와 등의 굵은 목탄선이 먼저 이어진다. 푸른 파스텔 조각을 몸 둘레에 놓고 나면 남는 건 빈 종이뿐이다.

대표작 옆에 있던 것들

세 점은 모두 이미 유명한 연작이나 대표작 곁에 있으면서 좀처럼 언급되지 않던 작품이다. 애쿼틴트 에칭, 석판화, 목탄과 파스텔로 매체는 제각각이지만 세 작가 모두 “본 작품” 못지않게 곁가지에도 공을 들였다. 고야의 다른 연작인 로스 카프리초스나 종이 위에 붙잡아 둔 장면들과 함께 보면, 화가들이 한 주제를 얼마나 여러 방향에서 되풀이해 그렸는지가 더 잘 보인다.

연작을 대표작 한 점으로만 기억하면 이런 것들을 놓친다. 이름난 투우 장면들 사이에는 투우사가 당하는 장면이 있었고, 무대 위의 가수 옆에는 대사를 일러 주던 작은 상자가 있었고, 완성된 파스텔 뒤에는 몇 번이고 다시 그은 목탄선이 있었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이어서 읽으면 좋은 글

선과 명암만 남은 고야의 투우 판화를 퍼즐로 맞추는 법 →드가와 로트렉의 소묘에서 종이 색까지 읽어 내는 퍼즐 요령 →고야가 80점의 판화로 쓴 풍자, 로스 카프리초스 →응접실의 대화부터 숲속 동화까지, 종이에 붙잡아 둔 네 장면 →로트렉이 4년 사이에 두 번 그린 가수 이베트 길베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