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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와 로트렉의 소묘에서 종이 색까지 읽어 내는 퍼즐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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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인의 초상이 회녹색으로 물들인 종이 위에 놓여 있다. 얼굴의 그늘은 검은 파스텔, 빛이 닿은 곳은 흰 파스텔이고, 나머지는 종이 색 그대로다. 「소묘와 판화」 부문 40점 가운데 드가와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이 여럿 있는데, 이런 그림은 물감을 두껍게 올린 유화와 전혀 다른 퍼즐이 된다. 색은 적고 바탕은 종이이며, 선이 거의 모든 걸 정한다.

그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실마리는 의외로 화가들이 그림을 만든 방식 안에 있다.

칠하지 않은 종이가 중간 톤이 된다

디에츠모냉 부인의 초상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맨 앞에서 말한 그림이 「디에츠모냉 부인의 초상」이다. 소장처 정보에는 “회녹색으로 물들인 종이 위의 파스텔”로 적혀 있다. 화가는 그 종이 위에 검은색과 흰색 파스텔을 얹었다.

결국 종이 색이 그림의 중간 톤을 맡는다. 어두운 곳은 검게, 밝은 곳은 희게 그리고 그 사이는 종이를 비워 둔다. 칠하지 않은 자리가 그대로 그림이 된다.

〈무용 수업〉을 위한 바이올린 연주자 습작

「〈무용 수업〉을 위한 바이올린 연주자 습작」도 초록색 종이 위에 파스텔과 목탄으로 그렸다.

몸을 닦는 목욕하는 여인

「몸을 닦는 목욕하는 여인」은 종류가 다른 옅은 흰색 종이에 목탄과 파스텔을 썼다.

바이올린 연주자 위에 그어진 목탄 격자

바이올린 연주자 습작에는 눈에 띄는 정보가 하나 더 있다. 소장처의 재료 설명에 “옮기기 위해 격자를 그렸다(squared for transfer)“는 말이 있고, 그 격자를 목탄으로 그었다고 되어 있다.

작은 습작을 큰 화면에 옮길 때 화가들이 쓰던 방법이다. 습작 위에 가로세로 선을 그어 칸을 나누고, 큰 캔버스에도 같은 비율로 칸을 만든 뒤 한 칸씩 옮겨 그린다. 통째로 옮기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다.

퍼즐과 원리가 같다. 그림을 칸으로 나눠 한 칸씩 다룬다는 것. 드가가 습작을 격자로 나눈 일과, 우리가 미리보기 위에 겹친 격자로 조각 자리를 가늠하는 일은 같은 발상에서 나왔다.

올리브색 잉크 한 가지로 찍은 앨범

이베트 길베르

툴루즈 로트렉의 「이베트 길베르」는 1894년에 나온 앨범의 첫 면이다. 소장처 정보에 따르면 이 앨범에 든 석판화 열여섯 점은 모두 올리브색 잉크 한 가지로 찍었다. 퍼즐로 맞추는 표지 면도 글자와 선이 중심이라 색으로는 자리를 짐작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색이 하나뿐이면 남는 건 밝기와 선의 굵기다. 판화라고 해서 모두 단색인 것도 아니다. 같은 작가의 「〈옛날 이야기〉 표지 디자인」은 1893년에 손으로 색을 입힌 석판화로 분류되어 있다.

진한 조각, 밝은 조각, 종이만 있는 조각

이런 그림에서는 조각을 색 대신 밀도로 나눈다. 가장 찾기 쉬운 건 검은 파스텔이나 굵은 목탄선, 진한 잉크가 지나가는 조각이라 이것부터 판에 올린다. 흰 파스텔이나 하이라이트가 강한 밝은 조각이 그다음에 위치를 굳혀 준다. 종이 색만 있는 바탕 조각은 가장 어려워서 맨 나중으로 미룬다.

진한 조각과 밝은 조각으로 인물의 윤곽을 먼저 세워 두면 바탕 조각이 들어갈 자리는 남은 빈칸으로 좁혀진다. 바탕은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채워 나간다. 기본 원리는 단색 면이 넓은 그림 공략법과 같다.

글씨가 들어간 면은 사정이 좀 다르다. 이베트 길베르 앨범 표지처럼 글이 큰 자리를 차지하면 줄 간격으로 위아래를 정할 수 있고, 색이 같은 글자 조각이라도 글줄이 기운 방향을 보면 어느 줄인지 갈린다.

색으로 가를 수 없는 만큼 이런 그림에서는 조각 수가 곧 난이도다. 처음엔 24조각이나 48조각으로 종이 색에 눈을 익힌다. 막히면 퍼즐이 안 풀릴 때의 방법에서처럼 다른 영역으로 옮겨 가거나 잠깐 손을 뗀다. 고야의 투우 판화를 맞춰 본 적이 있다면 감이 금방 온다.

색이 빠지면 보이는 결정들

색이 거의 없는 그림을 오래 보고 있으면 화가가 무엇을 골랐는지가 드러난다. 드가는 선 몇 번으로 인물의 자세를 잡았고, 로트렉은 한 가지 색으로 표정까지 담았다. 색을 쓰지 않으니 선 하나하나가 결정의 기록으로 남는다.

조각 하나를 가로지르는 선 한 줄만 봐도 그 결정이 손끝에 걸린다. 유화 퍼즐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긴장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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