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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안에 이야기 하나, 중세 상아 조각과 성물 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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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미술 카테고리의 작품 정보에서 크기 항목만 훑어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가장 작은 건 지름 1.4cm의 비잔틴 금화, 가장 큰 건 한 변이 3m를 넘는 태피스트리다. 그 사이에서도 적어도 열한 점은 가장 긴 변이 10cm가 안 된다. 벽 하나를 채우는 유화에 익숙한 눈에는 뜻밖의 크기다. 금화 네 점은 비잔틴 금화 글에서 따로 다뤘으니, 여기서는 상아와 구리 합금, 대리석으로 만든 세 점을 본다.

들고 다니고 목에 걸던 물건들

이 카테고리의 작은 물건들은 대개 손에 들거나 몸에 지니고 다녔다. 여행길에 펼쳐 놓고 기도하던 휴대용 두폭화, 목에 걸던 성유물 십자가, 손에 쥐고 쓰던 성체함. 작아야 했던 이유는 쓰임새에 있었다.

크기가 작다고 내용까지 단순하지는 않았다.

수난 장면이 새겨진 두폭화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수난 장면이 새겨진 두폭화」는 15세기 프랑스에서 코끼리 상아판 두 장을 쇠 경첩으로 이어 만들었다. 소장 기록의 크기는 4.1 × 3.9cm로, 신용카드의 짧은 변보다도 작다. 펼치면 두 판 모두 위쪽에 고딕 건축의 이중 아치가 새겨져 있고 그 아래에 인물들이 선다. 손톱만 한 상아판이 성당 한 칸을 흉내 낸다. 왼쪽 판에는 나무 아래 무릎 꿇은 인물과 몸을 웅크린 인물들이 있다. 오른쪽 판에는 수염 난 인물 여럿이 나란히 서 있고, 오른쪽 앞에서 한 사람이 무릎을 꿇었다. 얼굴 하나의 실제 크기는 5mm 안팎으로 어림되는데 그 얼굴마다 수염과 눈매가 구분된다.

펜던트 성유물 십자가의 반쪽

「펜던트 성유물 십자가의 반쪽」은 높이 9.5cm, 11세기 비잔틴의 구리 합금 십자가다. 이런 십자가는 두 쪽을 맞붙이면 속이 빈 상자가 되었고, 그 안에 성인의 유물 조각을 넣어 목에 걸고 다녔다. 성유물은 성인의 유골 조각이나 성인과 관련된 물건을 가리키는데, 몸에 지니면 지켜 준다고 믿었다. 지금은 반쪽만 남았다. 앞면에는 아기 그리스도를 가슴 앞 원 안에 모신 성모가 선으로 새겨져 있고, 양쪽 팔에는 격자무늬 옷을 입은 반신상의 성인이 하나씩 있다. 맨 위의 글자는 그리스어로 읽힌다.

1.2배씩, 최대 3배까지 확대해 보기

이 카테고리에서는 확대 버튼이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원래 유물이 워낙 작아서, 사진 한 장을 화면에 꽉 채우기만 해도 실물보다 한참 크게 보게 된다. 조각 하나를 들여다보면 상아의 결이나 구리 표면의 녹 같은 질감까지 보인다.

퍼즐 화면에서 + 버튼을 누를 때마다 화면이 1.2배씩, 최대 3배까지 커진다. 확대한 뒤 빈 곳을 드래그하면 화면이 옮겨지고, 원래 크기 버튼으로 되돌린다. 맞추다 막힐 때 한 번씩 키워서 훑어보면, 조각 가장자리에 걸친 가는 선이 눈에 들어온다.

상아의 결, 구리의 녹, 대리석의 그림자

금속과 상아는 표면이 고르게 한 가지 색이라, 난이도 가이드에서 말한 단색 면이 넓은 그림과 비슷하게 어렵다. 그래도 중세 작품은 새김과 부조가 만드는 그림자가 뚜렷해서 그 명암을 따라가면 생각보다 잘 풀린다.

두폭화는 온통 누런 상아색이라 색으로는 풀 수 없다. 대신 아치의 곡선, 가운데 경첩의 검은 고리 두 개, 상아의 결을 따라 난 가는 세로 균열이 있다. 균열은 두 판 모두 위아래로 길게 이어지니, 조각 경계에서 끊긴 선의 높이를 맞춰 잇는다. 십자가는 밝은 회색 배경과 어두운 구리빛이 확연히 갈려서 배경 조각부터 걷어 내기 쉽다. 남은 조각들은 붉은 갈색 바탕에 초록 녹이 번진 모양이 저마다 달라서, 그 얼룩이 거의 지문 노릇을 한다.

두폭화와 십자가는 해설에서도 24~48조각으로 하라고 한다. 그런데 난이도 이름의 ‘48조각’은 그림 비율에 맞춰 두폭화가 9 × 6, 십자가가 6 × 9로 짜여 실제로는 54조각이 된다. 물건이 작을수록 적게 나눠야 한 조각 안에 세부가 온전히 남는다.

수염 난 왕의 두상

「수염 난 왕의 두상」처럼 입체감이 강한 석조 작품으로 이 방식을 연습해 보면 좋다. 14세기 프랑스의 흰 대리석 조각으로 크기는 6 × 4.3cm다. 머리만 남은 걸 보면 원래 동방박사의 경배 같은 장면을 이루던 작은 조각 무리의 일부였을 수도 있다. 소장 기록에는 붉은 칠과 금박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되어 있고, 사진에서도 얼굴과 수염 둘레에 주황빛 얼룩이 점점이 보인다. 이렇게 원래는 화려하게 칠했다가 색이 벗겨진 중세 조각들은 지금은 사라진 색을 상상하며에서 더 볼 수 있다.

퍼즐로는 왕관의 두툼한 띠와 위쪽 잎 모양 장식, 곱슬거리는 수염, 아래의 붉은 받침이 형태가 뚜렷해 먼저 맞추기 좋다. 얼굴 한가운데의 밋밋한 조각은 눈두덩과 코 아래 그림자로 자리를 가늠한다. 배경은 고른 회색이라 네 모서리 근처 조각끼리는 구분이 안 되니 마지막까지 남겨 둔다.

유리장 안에서는 놓치는 것

세 점 모두 2020년 낸넷 켈레키안의 유증으로 미술관에 들어왔다. 같은 유증에서 나온 다른 다섯 점은 한 사람이 모은 천 년에서 볼 수 있다.

이런 소품은 전시실에서 대개 유리장 안에 여러 점이 함께 놓이고, 워낙 작아서 관람객이 오래 들여다보기 어렵다. 퍼즐은 사정이 다르다. 조각을 맞추려면 어차피 구석구석을 봐야 한다. 퍼즐이 감상 도구가 되는 이유가 이 작은 물건들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5mm짜리 얼굴에 새겨진 수염을 알아보는 순간, 이 물건을 손에 쥐고 다니던 사람의 시선에 아주 잠깐 겹쳐지는 기분이 든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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