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미상의 뜻과 영어 표기, 메트 소장품 149점에 이름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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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상은 작품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져 있지 않거나 기록으로 남지 않았다는 뜻의 표기다. 미술관 작품 설명의 작가란에 이 말이 적혀 있으면, 만든 사람의 이름을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 둔 것이다. 자료가 빠졌다는 뜻과는 다르다.
작가 미상과 작자 미상
뜻은 거의 같고 쓰이는 자리가 조금 다르다. 고전 소설이나 시가처럼 글쓴이를 알 수 없을 때는 “작자 미상”을 자주 쓰고, 미술관과 박물관의 작품 표기에서는 “작가 미상”이 더 흔하다. 엄격하게 갈리는 말은 아니어서 섞어 쓰는 곳도 많다. 옛 시조집에서는 이름 모를 지은이들을 “무명씨”로 묶어 적기도 했다.
영어로는 이렇게 적는다
해외 미술관 표기에서는 “모른다”에도 단계가 있다. 도록과 경매 카탈로그는 대체로 아래처럼 나눈다. 기관마다 정의가 조금씩 달라서, 정확한 기준은 해당 도록의 용어 설명을 보는 게 좋다.
- Unknown, Anonymous: 작가를 알 수 없다.
- Attributed to ○○: ○○의 작품으로 보이지만 확정하지는 못했다.
- Workshop of ○○: ○○의 공방에서 만들었다. 본인이 직접 그렸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 Circle of ○○: ○○과 같은 시기와 환경에서 활동한 화가의 작품이다.
- After ○○: ○○의 원작을 본떠 다른 사람이 만들었다.
이 사이트에도 “Workshop of Fra Filippo Lippi”로 표기된 작품이 두 점 있다. 「남성 성인」(Male Saint)와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Saint Bernard of Clairvaux)다. 이름을 모르는 경우와는 층위가 달라서 작가 미상 149점에는 넣지 않았다.
메트 작품 334점 가운데 149점
퍼즐을 고르다 보면 작가란에 “작가 미상”만 적힌 작품을 자주 만난다. 이 사이트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작품만 세어 보니 334점 중 149점이었다. 절반에 조금 못 미친다.
처음에는 자료가 부실한 탓인가 싶었다. 하나씩 들여다보니 사정이 달랐다. 이름이 사라졌다기보다, 애초에 이름을 남길 이유가 없었던 작품이 훨씬 많았다.
서명은 생각보다 늦게 생긴 습관이다
작가가 작품에 자기 이름을 적는 일은 미술사 전체로 보면 예외에 가깝다. 유럽에서도 화가가 서명을 일상적으로 하게 된 건 르네상스 이후다. 그전에는 그림을 두고 누가 그렸는지보다 무엇에 쓰려고 만들었는지를 먼저 이야기했다.
「수난 장면이 있는 두 폭 제단화」 같은 15세기 상아 조각이 좋은 예다. 기도할 때 손에 들고 펼치던 물건이고, 벽에 걸어 감상하려고 만든 게 아니었다. 쓰는 사람에게 중요한 건 장면이 정확한지, 손에 잘 들어오는지였다. 누가 깎았는지는 관심 밖이었다.
한 사람이 아니라 공방이 만들었다
중세와 고대의 제작 방식부터가 이름 하나와 잘 맞지 않는다. 일은 대부분 공방 단위로 돌아갔다. 밑그림 그리는 사람, 조각하는 사람, 채색하는 사람, 금박 입히는 사람이 따로 있었으니 완성품에 이름 하나를 붙이면 오히려 사실과 어긋난다.
중세의 작은 성물들을 다룬 글에서도 말했듯, 이런 물건은 “작품”보다 정교한 생활용품에 가까웠다. 잘 만든 가구를 보고 장인의 이름을 굳이 묻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종교화에서는 이름을 지우는 쪽이 미덕이었다
「수월관음도」 같은 고려 불화를 보자. 신앙의 대상이었고, 그린 사람의 자기표현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작자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바른 태도로 여겨졌다. 고려 불화의 금선이 그토록 정교한데도 화가의 이름이 남지 않은 건 솜씨가 모자라서가 아니다. 남길 까닭이 없었다.
이집트는 한술 더 뜬다. 「경찰 총관 멘투호테프」 같은 4천 년 전 조각상에는 조각된 인물의 이름이 정성껏 새겨져 있는데, 만든 사람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기록할 이름의 순서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작가란이 비어 있으면 조각 수를 줄인다
실용적인 이야기도 하나 하자면, 작가 미상 작품은 퍼즐로 맞출 때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름난 화가의 그림은 대개 회화다. 붓질 방향, 색이 번진 자리, 인물의 표정처럼 조각을 가를 단서가 많다. 작가 미상 작품은 조각상이나 직물, 금속 공예처럼 입체물을 찍은 사진일 때가 많다. 색조가 단조롭고 표면 질감이 비슷비슷해서 체감 난이도가 올라간다. 이집트 석상 퍼즐이 유난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다.
작가란이 비어 있는 작품을 골랐다면 조각 수를 한 단계 낮춰 잡는 편이 낫다. 같은 100조각이라도 들라크루아의 유화와 석회암 조각상은 전혀 다른 게임이다.
이름 대신 남은 것들
작가 미상이라는 표기는 정보가 없다는 말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종류의 정보가 그 시대에는 기록할 거리가 못 됐다는 말에 가깝다. 대신 남은 게 많다. 어느 무덤에서 나왔는지, 무엇에 썼는지, 어떤 안료를 썼는지는 알 수 있다.
퍼즐을 맞추면서 그 물건이 원래 어디에 놓여 있었을지 떠올려 보면 비어 있는 작가란이 조금 다르게 읽힌다. 이름은 몰라도 그 손길은 조각마다 남아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작가 미상은 무슨 뜻인가요?
작품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져 있지 않거나 기록으로 남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미술관 작품 설명의 작가란에 적혀 있으면, 만든 사람의 이름을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대로 밝혀 둔 것입니다.
작가 미상이면 작품의 가치가 떨어지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작품이 박물관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는 제작 시기, 보존 상태, 희소성, 출처 같은 요소가 함께 결정합니다. 작가 이름이 남지 않은 고려 불화나 이집트 조각상이 그 예입니다.
작가 미상과 작자 미상은 다른 말인가요?
뜻은 거의 같고 쓰이는 자리가 다릅니다. 고전 소설이나 시가처럼 글을 쓴 사람을 알 수 없을 때는 "작자 미상", 미술관과 박물관의 작품 표기에서는 "작가 미상"이 더 흔합니다.
영어로는 어떻게 표기하나요?
작가를 알 수 없으면 Unknown이나 Anonymous로 적습니다. "Attributed to ○○"는 ○○의 작품으로 보이지만 확정하지 못한 것, "Workshop of ○○"는 ○○의 공방에서 만든 것, "After ○○"는 원작을 본떠 다른 사람이 만든 것입니다.
작가 미상 작품은 퍼즐로 더 어렵나요?
대체로 그렇습니다. 조각상, 직물, 금속 공예처럼 입체물을 찍은 사진이 많아 붓질이나 표정 같은 단서가 적습니다. 작가란이 비어 있는 작품을 골랐다면 조각 수를 한 단계 낮춰 잡는 편이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