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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불화의 금선은 확대해야 비로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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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보다 가는 금빛 선이 관음보살의 옷자락을 따라 흐른다. 퍼즐 화면을 한껏 확대해야 겨우 보이는 선이다. 한국 회화 카테고리에 있는 고려시대 불화 네 점은 문인화나 초상화와 성격이 아주 달라서 따로 이야기할 만하다. 모두 14세기 무렵 비단에 그린 그림으로, 1910~20년대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이 되었다. 그린 사람의 이름은 네 점 모두 남지 않았다.

금니로 그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선

고려 불화는 전 세계에 160여 점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 일본에 있고, 국내에 있는 건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미술사에서 고려 불화를 높이 치는 이유는 드물어서라기보다 묘사가 정교해서다.

수월관음도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그 정교함의 중심에 금니(金泥)로 그린 선이 있다. 금가루를 아교에 개어 붓으로 그리는 기법으로, 옷 문양 하나하나를 머리카락보다 가는 선으로 넣었다. 「수월관음도」를 확대하면 속이 비치는 얇은 천 위에 흰 선과 금니 장식이 남아 있다. 수월관음도는 같은 이름의 그림이 한 점 더 있는데, 미술관의 재료 표기부터 다르다. 앞의 그림은 “비단에 먹과 채색”, 뒤의 그림은 “먹, 채색, 금”이다. 뒤쪽이 광배의 원도 더 크고 뚜렷하고 금니도 더 많이 남았다.

비단 뒤에서 칠한 투명한 옷

수월관음도에서 가장 유명한 건 관음보살이 걸친 투명한 사라(紗羅)다. 얇은 비단이 몸을 덮고 있는데, 그 밑의 살결과 옷 문양이 비쳐 보이게 그렸다.

비결은 비단 뒷면에 색을 칠하는 배채법(背彩法)이다. 뒤에서 색을 칠한 다음 앞면에 금선으로 문양을 얹었다. 뒤에서 스며 나온 색은 은은해지고, 그 위의 금선만 또렷하게 남는다. 뒷면에서 색을 받쳐 준 덕에 700년 가까이 지나서도 색이 남았다는 설명이 있다.

손에 든 물건으로 네 점 가려내기

네 점은 얼핏 비슷해 보여도 보살이 든 물건과 머리 모양으로 가려낼 수 있다. 수월관음도의 관음보살은 바위 위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았고, 뒤에는 큰 원형 광배가, 옆에는 버들가지를 꽂은 정병이 있다. 왼쪽 아래의 작은 인물은 『화엄경』에서 구도의 길을 떠난 선재동자다. 관음은 머리에 화려한 보관을 쓴다.

지장보살

「지장보살」은 반대로 머리를 깎았다. 왼손에는 투명한 구슬(보주), 오른손에는 고리 달린 긴 지팡이(석장)를 들었다. 석장은 지옥문을 여는 도구이고 보주는 어둠을 밝힌다. 부처가 없는 시대에 지옥의 중생까지 구하겠다고 서원한 보살이라 이 두 물건이 늘 따라다닌다.

아미타여래와 지장보살

「아미타여래와 지장보살」은 두 존상이 나란히 선 드문 구성이다. 붉은 가사를 입고 손을 들어 설법하는 쪽이 극락의 부처 아미타, 머리를 깎은 쪽이 지장이다. 고려 불화의 아미타는 보통 관음·세지보살과 함께 그려지기 때문에 지장과 단둘이 선 그림은 드물다. 극락으로 이끄는 부처와 지옥에서 건져 내는 보살을 한 화면에 모셨으니 죽은 이를 위한 기원으로 읽힌다.

여러 점을 이어 맞춰 보면 자세와 옷 문양에 정해진 규범이 있었고, 그 안에서도 화가마다 조금씩 다른 선택을 했다는 게 보인다. 보살 그림 말고 고승의 초상이나 손으로 베낀 경전 같은 불교 그림은 부처의 얼굴이 아닌 그림들에서 이어 볼 수 있다.

어둡고 반복되는 화면에서 금선부터 찾기

솔직히 쉬운 퍼즐은 아니다. 세월이 지나며 비단이 갈색으로 변했고 원래 색조도 짙어서 조각끼리 대비가 약하다. 옷의 연화문과 당초문이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니 이슬람 의상 퍼즐과 비슷한 어려움도 있다. 화면 대부분을 큰 인물 하나가 차지해서 배경 쪽에는 붙잡을 데가 거의 없다.

그래서 금선이 몰린 곳부터 찾는다. 보관(寶冠), 목걸이, 팔찌처럼 장식이 모인 자리는 화면에서 거의 유일하게 밝고 복잡해서 금방 눈에 띈다. 거기서 바깥으로 한 조각씩 넓혀 나간다.

그다음은 그림마다 다르다. 수월관음도는 붉은 치마와 얼굴, 광배의 둥근 윤곽선이 지나는 조각이 열쇠다. 지장보살은 세로로 길어서 석장의 긴 직선을 따라 위아래를 먼저 잇고 붉은색·녹색 가사 조각을 그 옆에 붙인다. 푸른 장황(표구한 비단 테두리) 조각은 가장자리라 먼저 두를 수 있다. 아미타여래와 지장보살은 얼굴과 손, 붉은 가사를 먼저 맞추고, 검은 조각 중에서는 광배의 옅은 원이 지나는 것부터 찾는다. 처음엔 24조각이나 48조각으로 그림을 눈에 익히고, 금선 자리가 머리에 들어온 뒤에 조각을 늘려도 늦지 않다. 같은 한국 회화라도 조선시대 그림은 결이 또 다른데, 그쪽은 조선시대 회화로 만나는 한국 전통 미술에서 다뤘다.

중세 상아 조각을 이야기할 때도 확대 이야기를 했지만, 고려 불화만큼 확대 없이 절반도 못 보는 그림은 드물다. + 버튼으로 옷자락을 크게 키우면 갈색으로 바랜 비단 위로 금선 한 가닥이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700년 가까이 전, 이름도 남기지 않은 화가가 붓 끝으로 그은 선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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