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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신 붓으로 여행을 남긴 뷔르지의 프랑스 수채화 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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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서쪽 해변의 모래사장, 오른쪽 구석에 이젤을 세우고 앉은 작은 사람 하나. 드가와 로트렉의 소묘 같은 유명한 이름이 모인 「소묘와 판화」 부문에 낯선 화가가 하나 끼어 있다. 앙리 빅토르 뷔르지. 소장처 기록에는 “프랑스인, 1901년 사망”이라고만 적혀 있다. 그의 수채화 세 점은 모두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미술관에 남긴 유증품이다.

작품장소연대크기
라 보카칸 근처 해변188224.1 × 32.4 cm
앙티브니스와 칸 사이 항구 도시188232.4 × 24.5 cm
부장 성프랑스 서부 샤랑트 지방188824.1 × 16.2 cm

세 점 모두 소장 경위가 “뷔르지 유증, 1901년”이다. 화가가 제 그림을 직접 미술관에 맡기고 떠났다.

이젤 앞의 작은 사람

라 보카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라 보카」는 모래사장과 붉은 바위, 탑 있는 별장을 그린 풍경이다. 프랑스 남부 칸 서쪽의 해변 마을이다. 뷔르지는 19세기 후반 프랑스 남부와 서부를 돌며 이런 수채 풍경을 남겼다.

오른쪽 이젤 앞의 인물은 밖에서 그림 그리는 화가 자신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림 속 작은 사람은 지금 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뷔르지 본인일 수도 있다. 풍경 한쪽에 자기를 슬쩍 앉혀 두는, 여행하며 그리는 화가다운 장난이다.

조각으로 잘라 놓으면 이 사람은 지나치기 쉽다. 그런데 넓은 모래사장과 옅은 하늘 사이에서 형태가 가장 또렷한 것도 이 조각이라, 먼저 찾아 오른쪽 구석에 앉혀 두면 주변 모래와 바위가 거기서부터 붙어 나간다.

피카소가 오기 전의 앙티브

앙티브

「앙티브」에서는 성벽 위 옛 집들 너머로 지중해와 눈 덮인 알프스가 보인다. 니스와 칸 사이의 옛 항구 도시로, 바다 위 성벽에서 알프스가 보이는 풍경으로 이름났다.

뷔르지가 이 그림을 그린 1882년, 앙티브는 아직 어촌이었다. 피카소가 성에 머물고 그 자리에 미술관이 생긴 건 그 뒤의 일이다. 지금은 피카소 미술관으로 알려진 도시가 유명해지기 전의 얼굴이 여기 있다. 눈 덮인 산과 바다를 한 화면에 넣은 구도는 이 도시를 가장 짧게 요약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 먼 알프스가 맞출 때는 가장 늦게 끝난다. 흰색과 옅은 색이 섞여 있어서, 성벽 윤곽으로 하늘과 땅, 바다를 먼저 가른 다음 남은 산 조각을 맨 나중에 끼운다.

그림 아래 적어 둔 장소와 날짜

부장 성

「부장 성」은 둥근 탑에 푸른 지붕을 얹은 프랑스 서부의 성이다. 샤랑트 지방의 15~16세기 저택으로, 둥근 탑과 가파른 지붕이 이 지역 성의 전형이다.

뷔르지는 이런 지방의 성과 마을을 기록하듯 그렸고, 그림 아래에 장소와 날짜를 적어 두곤 했다. 지금이라면 휴대전화로 사진 한 장 찍고 말았을 순간을 그는 붓과 물감으로 남겼다. 장소와 날짜를 꼬박꼬박 적은 걸 보면, 그는 이 그림들을 작품이기 전에 여행 기록으로 여겼던 것 같다.

「부장 성」은 탑과 성벽, 지붕의 곧은 선이 화면의 뼈대라, 그 선이 지나가는 조각부터 세우고 옅은 파란 하늘은 나중에 채운다. 세 점 모두 옅은 수채라 48~100조각 사이에서 고르면 색이 너무 잘게 흩어지지 않는다. 옅은 색 풍경을 푸는 요령은 풍경화 퍼즐 고르는 법과도 잘 맞는다.

1882년의 남쪽, 1888년의 서쪽

뷔르지에 대해 알려진 건 많지 않다. 남은 자료에는 태어난 해도 없고 “프랑스인, 1901년 사망”이 전부다. 유명한 화가는 아니었던 듯하다. 그래도 그가 남긴 수채화 세 점은 1882년의 칸과 앙티브, 1888년의 샤랑트를 지금까지 전한다.

세 점을 나란히 놓으면 한 사람이 여러 해에 걸쳐 프랑스를 돌아다닌 길이 그려진다. 1882년에는 남쪽 지중해 연안에서, 1888년에는 서쪽 내륙에서. 이름을 남기려 애쓰지 않았는데도 그의 풍경은 한 시대의 증언이 되었다.

카메라가 흔하지 않던 시절, 뷔르지 같은 사람들은 가 본 곳을 직접 그려서 남겼다. 세 점을 차례로 맞추다 보면 130여 년 전 한 여행자가 걸음을 멈추고 붓을 꺼내던 순간이 하나씩 손끝에 돌아온다. 「라 보카」 구석, 이젤 앞에 앉은 그 작은 사람이 그 여행자였을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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