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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르네상스 제단화는 왜 금박 바탕일까, 레만 컬렉션 패널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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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와 아기 예수, 성인들, 천사. 인물은 제각각인데 뒤편은 한결같이 번쩍이는 금이다. 로버트 레만 컬렉션을 훑다 보면 금색 배경이 유난히 자주 눈에 걸린다. 세어 보면 이 컬렉션의 나무 패널화 39점 가운데 22점이 미술관 재료 표기에 “금 바탕(gold ground)“을 달고 있다.

하늘도 방도 아닌 곳

15세기 이전 이탈리아 그림에서 금박 배경은 “여기는 현실의 공간이 아니다”라는 표시였다. 하늘도 방 안도 아닌, 시간과 장소를 벗어난 거룩한 자리라는 뜻이다. 진짜 금을 얇게 두드려 나무판에 붙였으니, 촛불이 일렁이는 어두운 성당에서 이 그림들은 숨 쉬듯 반짝였을 것이다.

원근법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 관습은 물러난다. 배경이 금에서 하늘과 풍경으로 바뀌는 때가 곧 중세가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때이기도 하다. 그 시점은 도시마다 달랐다. 벨리니의 「성모자」는 1470년 무렵에 벌써 뒤편으로 강과 성벽, 푸른 언덕을 펼쳐 놓았는데, 그 뒤에도 시에나의 벤베누토 디 조반니는 금 바탕을 놓지 않았다. 마르케 지방의 「옥좌의 성모자」는 1487년 무렵(추정)에도 금 바탕 위에 그려졌다.

세례 요한의 탄생과 명명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세례 요한의 탄생과 명명」처럼 방 안을 그린 그림에서는 금이 배경 전체를 내주고 후광과 금빛 테두리로 물러나 있다. 두 시대의 버릇이 한 화면에 포개진 모습이다.

석고, 붉은 점토, 금, 달걀

금박 패널은 대개 이런 차례로 만들었다. 나무판에 석고를 아교에 갠 바탕을 여러 번 바르고, 금이 잘 붙도록 붉은 점토 바탕을 얹은 다음 금박을 붙여 문질러 광을 낸다. 금 위에는 끝이 뾰족하거나 무늬를 새긴 도구로 선을 긋고 점을 찍어 후광 무늬를 낸다. 인물과 옷은 대체로 금박을 붙인 뒤에, 달걀 노른자에 안료를 갠 템페라로 그렸다.

이 공정의 자국이 퍼즐 조각마다 남아 있다. 금은 얇아서 긁히고 벗겨진다. 점무늬는 후광 둘레에만 있다. 석고를 돋운 장식은 볼록해서 그림자를 드리운다. 금 바탕이 한 가지 색처럼 보여도 조각을 들여다보면 표면이 겪은 일이 저마다 다르다. 퍼즐을 하면 그림을 오래 보게 된다는 말이 금 바탕에서만큼 실감 나는 데도 드물다.

단색 같아도 생각보다 수월하다

넓은 금색 면이라니 어려울 것 같은데, 막상 해 보면 할 만하다. 우선 인물과 배경의 대비가 극단적이다. 금색 아니면 인물이니 조각 가르기가 깔끔하다. 금박에는 무늬가 찍힌 경우가 많아서, 성인의 후광 둘레에 도구로 찍은 점무늬와 방사선 무늬를 확대해 보면 좋은 실마리가 된다. 화면 가장자리도 대부분 금색으로 마무리되니 테두리 전략이 아주 잘 듣는다.

금 조각끼리는 색보다 흔적으로 가른다. 「성 베르나르디노」는 후광의 점무늬와 금박의 긁힘이 조각마다 다르고, 「그리스도의 채찍질」은 금박이 벗겨진 얼룩 조각을 미리보기와 대 보며 맞춰야 한다.

성 베르나르디노와 과일 화환

벤베누토 디 조반니의 「성 베르나르디노」는 석고를 돋워 만든 과일 화환이 둘레를 감싸고 있다. 볼록한 조각에는 그림자가 지니 평평한 금박 조각과 쉽게 갈린다.

성 프란치스코

성모자

처음 손에 익히기에는 「성 프란치스코」나 「성모자」처럼 인물이 가운데 크게 선 그림이 좋다. 성모자는 푸른 망토, 붉은 옷, 살색, 금박 네 색으로 나뉜다. 두 얼굴을 먼저 맞추고 후광 무늬가 있는 금 조각을 위쪽에 넣으면 나머지 자리가 좁혀진다.

성인 한 명이 선 좁은 패널은 24조각이나 48조각으로도 넉넉하다. 판의 크기보다 장면이 몇 개 들었는지가 난도를 정한다. 오르카냐의 「십자가 처형」은 가운데 장면, 양옆 성인 칸, 위쪽 삼각 꼭대기가 한 화면에 다 들어가 있어서 300조각까지 올려 볼 만하다. 십자가의 세로선과 양옆 칸 테두리가 그대로 뼈대가 되어 준다.

세로로 길쭉한 패널이 많은 까닭

이 컬렉션의 그림이 유난히 세로로 긴 것도 이유가 있다. 나무 패널화 39점 가운데 29점이 세로가 더 길다. 큰 제단화에서 떨어져 나온 패널이거나, 여러 폭을 이어 붙인 다폭 제단화의 한 부분이어서다. 칸마다 성인 한 명씩 세운 제단화라면 패널 폭이 18센티미터쯤으로 좁아지고, 기둥 자리에 끼우던 판은 12.7센티미터까지 줄어든다. 지금은 따로따로 걸려 있지만, 원래는 성당 제단 위에서 하나의 커다란 구조물을 이루었다.

가로로 긴 판은 쓰임이 달랐다. 제단화 아래쪽 띠(프레델라)에는 이야기 장면을 나란히 그렸다. 「세례 요한의 탄생과 명명」의 가로세로 비율이 거의 2대 1인 것도 그래서다. 어떤 제단화가 어떻게 뿔뿔이 흩어졌는지는 흩어진 제단화 패널에서 따라갈 수 있다.

퍼즐 화면에 세로로 긴 격자가 뜨면, 이 판이 원래 어느 제단의 어느 칸에 끼워져 있었을지 자꾸 궁금해진다. 지금은 미술관 벽에 한 점씩 떨어져 걸린 성인들이, 금빛 조각을 채우는 동안만큼은 다시 한 제단 위로 모여드는 것 같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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