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박 바탕의 성인 그림들 — 초기 르네상스 제단화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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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레만 컬렉션을 열어보면 금색 배경의 그림이 유난히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성모와 아기 예수, 성인들, 천사 — 인물은 다양한데 배경은 하나같이 번쩍이는 금이다.
배경이 금색인 이유
15세기 이전 이탈리아 회화에서 금박 배경은 “이 장면은 현실 공간이 아니다”라는 표시였다. 하늘도 아니고 방 안도 아닌,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신성한 영역이라는 뜻이다. 실제 금을 얇게 두드려 나무판에 붙였기 때문에, 촛불이 흔들리는 어두운 성당 안에서 이 그림들은 살아 있는 것처럼 반짝였을 것이다.
원근법이 자리 잡으면서 이 관습은 사라진다. 배경이 금에서 하늘과 풍경으로 바뀌는 시점이 곧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례 요한의 탄생과 명명」처럼 실내 장면을 그리면서도 배경 일부에 금을 남긴 작품을 보면, 두 시대가 한 화면에 겹쳐 있는 셈이다.
퍼즐로는 의외로 할 만하다
금박 배경은 넓은 단색 면이라 어려울 것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수월하다. 이유가 있다.
- 인물과 배경의 대비가 극단적이다. 금색 아니면 인물, 둘 중 하나라 조각 분류가 명확하다.
- 금박에는 무늬가 찍혀 있는 경우가 많다. 성인의 후광 주변에 도구로 찍어 넣은 점무늬와 방사선 무늬가 있어서, 완전한 단색이 아니다. 확대해보면 이 무늬가 좋은 단서가 된다.
- 화면 가장자리가 대부분 금색으로 마무리된다. 테두리 전략이 아주 잘 통하는 유형이다.
「성 프란치스코」나 「성모자」처럼 인물이 화면 중앙에 크게 배치된 작품부터 시작하면 감을 잡기 좋다.
세로로 길쭉한 이유
이 컬렉션의 그림들이 유난히 세로로 긴 것도 우연이 아니다. 원래 하나의 큰 제단화에서 떨어져 나온 패널이거나, 여러 폭을 이어 붙인 다폭 제단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각각 따로 걸려 있지만 원래는 성당 제단 위에서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을 이루고 있었다.
퍼즐 화면에서 세로로 긴 격자가 뜨는 걸 보면, 이 그림이 원래 어디에 붙어 있었을지 상상해볼 만하다. 퍼즐로 그림을 오래 보게 되는 효과가 이런 데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