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넴하트 1세 피라미드 곁에 묻힌 관리들의 부조 두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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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피부의 남자들이 새와 연꽃, 음식을 들고 한 줄로 걸어간다. 왕에게 바칠 제물을 든 행렬이다. 이런 장면은 아메넴하트 1세의 무너진 신전 벽을 가득 채웠지만 왕의 신전에만 새겨진 건 아니었다. 신전 근처, 관리들이 묻힌 묘역에도 같은 형식의 부조가 남았다. 아래 두 점이 그 예다.
| 작품 | 재료 | 크기 | 소장 경위 |
|---|---|---|---|
| 봉헌자 행렬 부조 | 석회암, 채색 | 높이 146.2cm | 로저스 기금, 1909 |
| 세베크나크트 무덤의 부조 판 | 석회암, 채색 | 높이 125cm | 로저스 기금, 1909 |
채색이 남은 봉헌자들의 행렬
「봉헌자 행렬 부조」가 맨 앞에서 말한 그 행렬이다. 피라미드 신전의 벽은 왕에게 제물을 바치러 오는 이런 사람들로 채워졌다. 봉헌자들은 왕의 영지를 상징한다. 그들이 든 새와 연꽃과 음식은 왕이 죽은 뒤에도 끝없이 받을 공물을 뜻한다.
높이 1.5미터의 이 판은 여러 조각으로 깨졌다가 다시 이어 붙였다고 한다. 붉은색, 파란색, 검은색이 곳곳에 남아 있어서 아메넴하트 1세 신전의 상인방처럼 원래 신전 벽이 얼마나 화려했을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인물은 얼굴을 옆으로, 어깨를 정면으로 그렸다. 이집트 부조가 오래 지켜 온 규칙 그대로다.
100조각으로 잘라도 인물이 큼직하게 들어와서, 붉은 피부와 파란 연꽃 조각만 먼저 골라 모으면 사람 하나하나가 금방 선다. 위쪽 상형문자 조각은 미리보기와 자주 맞대 보면서 놓는다. 깨진 틈을 따라 지나가는 어두운 선도 자리를 잡을 때 꽤 쓸모가 있다.
세베크나크트가 무덤 벽에 남긴 제물 목록
「세베크나크트 무덤의 부조 판」은 세로로 긴 석회암 판을 여러 단으로 나눠 새겼다. 위쪽에는 제물 목록을 적은 상형문자가 있고, 아래쪽에는 옆을 보고 선 인물들이 제물을 들고 있다.
세베크나크트는 12왕조의 관리였다. 그의 무덤 벽은 죽은 뒤 받을 제물을 그림과 글로 보장해 두는 장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왕의 신전 벽이 문자와 부조로 왕에게 영원한 제물을 약속했듯, 관리 역시 같은 방법으로 자기 사후를 챙겼다. 왕족이 아닌 사람들이 어떤 조각을 남겼는지는 이집트의 평민 조각에서 더 볼 수 있다.
이 판이 나온 자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메넴하트 1세의 피라미드 근처, 관리들의 묘역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왕이 신전을 세운 곳 곁에 그를 섬기던 사람들이 함께 묻혔다는 얘기다. 죽어서도 왕 가까이 있고 싶었던 마음을 무덤의 위치가 말해 준다.
이쪽 퍼즐 이미지는 흑백이라 새김이 만드는 그림자의 방향 말고는 기댈 데가 없다. 판이 워낙 길쭉해서 조각도 납작하게 잘린다. 48조각이면 충분하고, 아래쪽 인물의 실루엣을 먼저 세운 뒤 위쪽 글자는 단을 나누는 가로선에 맞춰 한 줄씩 채운다.
왕과 관리가 같은 문법으로 새긴 돌
두 부조를 나란히 놓으면 왕과 관리가 같은 시각 언어를 썼다는 게 보인다. 옆얼굴과 정면 어깨, 단으로 나뉜 화면, 제물을 바치는 행렬. 이 규칙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이집트 조각의 표현 관습에서 이어 읽을 수 있다. 아메넴하트 1세 신전의 부조들이 왕이라는 제도를 위해 새겨졌다면, 이 두 점은 그 제도를 섬긴 개인들을 위해 같은 방식으로 새겨졌다. 규모와 재료의 화려함은 달랐겠지만 사후 세계를 믿는 형식만큼은 신분을 가리지 않았다.
메케트레 무덤의 배 모형은 한 사람의 저승 여행을 준비하는 물건이었다. 이 부조들이 준비한 것은 조금 다르다. 왕의 곁에서, 왕과 함께 영원히 제물을 받는 일. 돌의 화려함으로는 왕의 신전을 따라가지 못해도, 죽음 다음을 대비하는 정성만큼은 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