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넴하트 1세의 무너진 신전에서 나온 돌 다섯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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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 하나, 상인방 하나, 부조 두 점, 명문이 새겨진 판 하나. 「이집트 미술」 부문에 있는 이 다섯 점은 모두 한 왕의 신전에서 나왔다. 소장처 기록을 보면 다섯 점 다 1908~1909년 로저스 기금으로 들어왔고, 출토지는 아메넴하트 1세의 피라미드 신전으로 적혀 있다.
리슈트의 피라미드 신전
아메넴하트 1세는 이집트 중왕국 제12왕조를 세운 왕이다. 그의 피라미드 신전은 리슈트에 있었고, 20세기 초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그곳을 발굴했다. 건물은 오래전에 무너졌다. 그래도 발굴된 조각을 하나씩 맞대어 보면 신전의 모습이 조금씩 떠오른다.
| 작품 | 재료 | 크기 |
|---|---|---|
| 네 신에게 둘러싸인 왕의 상인방 | 석회암, 채색 | 가로 172.7cm, 무게 183.7kg |
| 제단 | 화강암 | 가로 166cm |
| 왕자 센우스레트안크의 부조 | 석회암, 채색 | 38.1 × 33cm |
| 제물 목록 부조 조각 | 석회암, 채색 | 50.8 × 59.7cm |
| 두 왕의 이름을 새긴 판 | 석회암 | 가로 88cm |
화강암 제단
다섯 점 가운데 화강암으로 만든 건 「제단」 하나뿐이다. 신전에서 왕의 영혼에게 빵과 맥주, 고기를 올리던 자리였다. 윗면에는 제물을 놓는 얕은 홈과 상형문자가 파여 있고, 옆면에는 제물을 나르는 봉헌자들이 띠처럼 돌아간다.
화강암은 이집트에서 손꼽히게 단단한 돌이어서 왕의 기념물에만 썼다. 가로 1.6미터가 넘는 이 돌 위에 실제로 왕에게 바칠 음식이 놓였을 것이다.
벽에 새긴 빵과 고기
「제물 목록 부조 조각」에는 그릇과 빵, 병, 안크 기호가 줄지어 있다. 피라미드 신전의 벽에는 왕에게 바칠 제물 목록을 이렇게 상형문자로 새겼다. 글자가 곧 제물의 그림이니, 읽어 줄 사람이 없어도 벽이 영원히 제물을 바친다는 생각이었다.
진짜 빵과 고기는 썩어 없어진다. 벽에 새긴 빵과 고기는 남는다. 이집트인에게 문자는 기록을 넘어 거의 마법에 가까운 도구였다.
왕자와 네 신
「왕자 센우스레트안크의 부조」에서는 몸을 붉게 칠한 남자가 옆모습으로 앉아 있고, 그 앞에 이름을 적은 카르투슈가 있다. 카르투슈에 이름을 넣었다는 것만으로 그가 왕족임을 알 수 있다. 왕의 가족도 신전 장식에 함께 등장했다는 예다. 이집트 미술은 이런 약속으로 읽는 그림이라, 조각의 표현 관습을 몇 가지만 알아도 보이는 게 훨씬 많아진다.
가장 크고 화려한 건 「상인방」이다. 가운데 앉은 왕 양옆으로 매 머리의 호루스, 자칼 머리의 아누비스, 독수리 여신 네크베트, 코브라 여신 와제트가 늘어서 있다. 왕권, 죽은 이의 보호, 상이집트와 하이집트. 네 신이 맡은 몫을 합치면 왕이 온 나라의 신들에게 둘러싸여 보호받는 그림이 된다. 붉은색·파란색·노란색이 아직도 선명해서, 무너지기 전 신전이 얼마나 화려했을지 상상하게 된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나란히
가장 눈길이 오래 머무는 건 「두 왕의 이름을 새긴 판」이다. 아메넴하트 1세와 아들 센우스레트 1세의 이름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 두 왕은 약 10년간 함께 다스렸다고 알려져 있는데, 늙은 왕이 아들을 미리 왕좌에 앉혀 계승을 안정시키려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공동 통치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드물어서 이 판이 그 몇 안 되는 사례로 꼽힌다. 이름 두 개가 3900년 전의 정치적 판단을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이 다섯 점은 원래 한 건물이었다. 지금은 흩어진 돌이지만 나란히 놓고 읽으면 제물이 오르던 제단, 문 위의 상인방, 벽을 덮은 부조, 왕가의 결정까지 신전의 여러 얼굴이 차례로 돌아온다. 메레르 목조상이 한 개인의 사후를 위한 물건이었다면, 이 돌들은 왕이라는 제도 자체를 새겨 두려던 시도였다.
깨진 가장자리부터
다섯 점 모두 가장자리가 깨져 있다. 반듯한 테두리가 없어 처음엔 막막한데, 그 들쭉날쭉한 윤곽이 오히려 제자리를 알려 준다. 깨진 모서리 모양이 눈에 띄는 바깥 조각부터 붙여 나가면 안쪽이 금방 좁혀진다. 석회암과 화강암 표면은 단조로워서 단색 면이 넓은 그림 공략법이 어느 정도 통하고, 색이 없는 부분은 새김 깊이가 만든 그림자로 가른다. 상형문자는 줄을 맞춰 새겼으니 글자 조각은 그 줄 방향으로 이웃을 찾는다. 처음이라면 48조각으로 시작하고, 가로로 긴 상인방은 100조각으로 올려도 네 신의 붉고 파란 옷이 길을 잡아 준다. 이 부문 전체를 풀 때의 요령은 이집트 미술 퍼즐 가이드에 따로 적었다.
신전은 무너졌는데 그 벽과 제단의 조각들은 각자 3900년을 버텼다. 왕에게 올릴 빵은 돌에 새겨진 채로, 아들에게 넘긴 왕좌는 이름 두 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