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케트레 무덤의 숨겨진 방에서 나온 저승 선단 다섯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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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차양 아래에서 빵을 굽는 요리사, 노를 짧게 쥔 사공들, 머리에 바구니를 인 여인. 손바닥만 한 사람들이 4천 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집트 미술」 부문에는 나무를 깎아 색을 칠한 배 모형이 여러 척 있는데, 소장처 정보에 하나같이 “로저스 기금과 에드워드 하크니스 기증, 1920년”이라는 같은 경위가 붙어 있다. 메케트레라는 한 사람의 무덤에서 함께 나온 배들이다.
도굴꾼이 찾지 못한 방
메케트레는 기원전 20세기 무렵 테베의 고위 관료였다. 1920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발굴단이 그의 무덤 안에서 숨겨진 방을 찾아냈고, 거기서 나무 모형 스물네 점이 나왔다. 배와 정원, 빵집, 도살장, 직조 작업장까지, 죽은 이가 저승에서 쓸 살림을 통째로 줄여 넣은 것이었다.
방이 숨겨져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도굴꾼이 끝내 찾지 못했기 때문에 4천 년 전의 채색이 그대로 남을 수 있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다섯 점은 그 스물네 점 가운데 일부다. 한 무덤은 아니어도 여러 점이 한 벌로 발견된 예는 메레르 목조상 네 점에도 있다.
| 작품 | 길이 | 무엇을 나르나 |
|---|---|---|
| 영지의 봉헌자상 | 높이 112cm | 바구니와 오리를 든 여인 |
| 노 젓는 모형 배 | 132.5cm | 습지·강가용 배 |
| 부엌 배 | 147cm | 음식을 준비하는 보급선 |
| 여행용 배 (첫 번째) | 117cm | 메케트레의 사후 여행 |
| 여행용 배 (두 번째) | 128~175cm | 같은 여행, 다른 선실 무늬 |
영원히 음식을 나르는 여인
다섯 점 중 「영지의 봉헌자상」만 배가 아니다.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손에 오리를 든 여인이 걸어가는 모습이다. 이런 여인상은 죽은 이의 영지에서 거둔 곡식과 고기와 새를 무덤으로 실어 나르는 “봉헌자”를 나타낸다. 이 상을 무덤에 넣어 두면 죽은 이가 저승에서도 끝없이 먹을 것을 받는다고 믿었다. 이런 상이 따르는 자세와 비례의 약속은 이집트 조각의 표현 관습에서 따로 다뤘다.
높이 112센티미터로, 다섯 점 가운데 크기로도 솜씨로도 손꼽힌다. 4천 년이 지났는데 초록과 붉은색 세로 무늬 옷이 아직 선명하다.
쓰임이 다른 배 네 척
노 젓는 모형 배에서는 초록색 선체 위로 열 명 넘는 사공이 노를 젓는다. 노를 짧게 쥐고 젓는 배는 나일강의 얕은 데나 습지를 다닐 때 썼다. 초록 선체는 파피루스 배를 본뜬 것으로 보이고, 신전 순례나 장례 행렬에 쓰였다고 한다.
부엌 배에서는 흰 차양 아래 요리사들이 빵을 굽고, 맥주를 빚고, 고기를 손질한다. 이집트 귀족이 나일강을 여행할 때면 자기가 탄 배 뒤로 음식을 마련하는 부엌 배가 따라붙었다. 저승 여행길에서도 메케트레가 끼니 걱정은 하지 않게 하려는 마음이었으리라.
여행용 배 두 척은 메케트레가 직접 타는 배다. 둘 다 사공이 노를 젓고, 가운데 선실이 있고, 돛대가 눕혀져 있다. 돛을 내리고 노를 젓는 건 물길을 따라 하류, 곧 북쪽으로 내려갈 때의 모습이고, 돛을 올린 배는 상류인 남쪽으로 거슬러 오를 때의 모습이라고 한다. 강을 오르내리는 왕복 여행을 통째로 한 무덤에 담았다. 두 척을 나란히 보면 선실 천의 무늬와 사공들의 자리가 조금씩 다르다.
다섯 점을 한데 모으면 장면이 하나 떠오른다. 봉헌자가 음식을 나르고, 부엌 배가 요리를 하고, 여행용 배 두 척이 강을 오르내린다. 작은 선단 하나가 꾸려진다. 죽은 한 사람을 위해 이토록 정교한 축소 세계를 통째로 묻었다는 데서, 고대 이집트인이 저승을 얼마나 손에 잡힐 듯 그렸는지 알 수 있다.
사공 한 줄을 먼저 맞추면
다섯 점 모두 채색이 또렷하게 남아 있어서 노랑과 초록의 선체, 흰 차양, 붉은 갈색 피부, 흰 치마의 경계만 잡아도 화면이 몇 구역으로 나뉜다. 이집트 부문 전반에 통하는 요령은 이집트 미술 퍼즐 가이드에 있고, 이 배들에서 특히 손이 멈추는 곳은 사공들이다. 같은 자세의 사람이 두 줄로 되풀이해 앉아 있어서 어느 조각이 몇 번째 사공인지 헷갈린다. 한 줄을 먼저 끝까지 맞춰 두면 다른 줄이 어디 들어갈지 짐작이 간다.
파피루스 다발처럼 솟은 뱃머리와 큰 키 노가 달린 고물은 생김새가 독특해서 배의 양 끝으로 먼저 박아 둔다. 사진 배경은 대개 단색이라 사람과 배를 다 맞춘 다음 맨 끝에 채운다. 배는 48조각이나 100조각이 무난하고, 봉헌자상처럼 세로로 긴 것은 머리의 바구니에서 발끝까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게 편하다.
장난감이 아닌 배
이 배들은 놀잇감으로 만든 게 아니었다. 이집트인은 그림이나 모형으로 만든 것이 저승에서 진짜가 된다고 믿었다. 다섯 점을 이어 맞추다 보면 한 관료의 바람이 손끝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죽은 뒤에도 강을 오르내리며 여행하고, 끼니마다 요리사가 따라오고, 영지에서 난 것을 영원히 받고 싶었던 마음. 4천 년 동안 숨겨진 방 안에서 노를 들고 기다린 사공들 덕분에, 그 바람은 적어도 색깔만큼은 온전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