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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을 네 번 새긴 메레르 목조상, 나란히 맞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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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머리, 흰 치마, 갈색 몸. 「이집트 미술」 부문에는 이런 모습의 작은 나무 인형이 네 점 있고, 네 점 모두 이름표가 같다. 메레르(Merer)라는 사람을 새긴 채색 목조상이다. 1910년 로저스 기금으로 함께 들어왔고, 만든 때는 중왕국(대략 기원전 19811802년)이다. 같은 무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소장 기록의 왕조 표기는 세 점이 1011왕조, 한 점이 12왕조로 엇갈린다.

작품왕조높이재료
메레르 상제12왕조23.5cm나무, 채색, 석고
메레르 상제10~11왕조33.5cm나무, 채색
메레르 상제10~11왕조35.6cm나무, 채색, 석고
메레르 상제10~11왕조33cm나무, 채색, 석고

메레르 상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메레르 상

메레르 상

메레르 상

두 쌍으로 갈리는 네 점

키는 23센티미터부터 36센티미터까지 들쭉날쭉하다. 기본 차림은 같지만 오래 보면 둘씩 짝이 지어진다. 544202번과 544204번은 붉은 갈색 칠이 잘 남은 몸으로 왼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544203번과 544205번은 칠이 거뭇하게 변해 군데군데 벗겨졌고, 흰 치마 가운데로 회록색 앞자락이 늘어지며, 두 발을 거의 붙이고 섰다. 무덤에 이런 개인상을 여러 개 넣어 두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왜 한 사람을 네 번이나 만들었을까. 설명은 두 갈래다. 무덤 안 여러 자리에 나눠 두려 했다는 설명이 있고, 하나가 망가져도 다른 상이 영혼의 거처가 되도록 했다는 설명이 있다. 고대 이집트인에게 조각상은 죽은 이의 영혼(카)이 머무는 그릇이었다. 그릇이 하나뿐이면 깨졌을 때 갈 곳이 없다. 넷을 만든 데는 그 걱정이 있었을지 모른다.

이 설명대로라면 네 점은 처음부터 한 벌로 쓰이도록 만들어졌다. 미술관이 우연히 같은 사람의 상을 넷 모은 게 아니다.

붓으로 쓴 치마의 글씨

네 점 모두 흰 치마에 글씨가 있다. 대개 검은 글씨인데 544203번만 붉은색으로 썼고, 544204번에는 초록 글씨가 섞였다. 메레르의 이름과 제물을 청하는 기원문으로 보인다. 이런 기원문에는 빵과 맥주 같은 제물을 비는 정해진 문구가 흔히 들어간다.

글이 가장 빽빽한 건 544204번이다. 치마 전체에 받침대 윗면과 앞면까지 글이 차 있어서 작은 비석 하나를 세워 둔 것 같다. 글씨를 붓으로 썼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각가가 형태를 깎은 다음 서기가 따로 글을 써 넣었을 수 있다는 얘기고, 그렇다면 이 작은 상 하나에도 적어도 두 사람의 손이 닿았다.

같은 사람을 새겼는데 얼굴도 비율도 자세도 칠도 조금씩 다르다. 손으로 만드는 물건이면 으레 생기는 차이다. 같은 물건을 넷 주문했는데 받아 보니 하나하나 미세하게 다른 것과 비슷하다. 본이 있었더라도 마지막 손질은 사람이 했다.

배경보다 실루엣이 먼저

네 점 모두 회색이나 살구색의 거의 단색인 배경에 갈색 인물이 서 있다. 단색 면이 넓은 그림 공략법이 그대로 통하는 구도라, 몸의 윤곽을 가장자리부터 둘러 가면 금방 틀이 선다. 치마 글씨는 조각마다 획 위치가 달라서, 글이 빽빽한 544204번이 오히려 제일 빨리 끝난다. 끝까지 남는 건 배경이다. 배경 조각끼리는 거의 구별이 안 되니 인물과 받침대의 붉은 돌을 다 맞춘 뒤 남은 구멍에 하나씩 대 본다.

넷은 크기가 비슷하니 24조각이든 48조각이든 같은 수로 나란히 맞춰 볼 만하다. 똑같은 조건에서 맞추다 보면 두 쌍의 차이가 손에 잡힌다. 이집트 조각이 따르던 다른 약속들은 이집트 조각의 표현 관습에, 부문 전체를 푸는 요령은 이집트 미술 퍼즐 가이드에 있다.

만든 이의 이름은 없다

메레르라는 이름은 치마의 글씨 덕분에 3800년 가까이 남았다. 그를 깎은 사람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작가 미상이 뜻하는 것에서 다뤘듯 무덤 부장품처럼 쓰임이 분명한 물건일수록 만든 사람보다 그 물건을 받을 사람의 이름이 남는다.

네 점을 차례로 맞추면 같은 얼굴이 매번 조금씩 다르게 다가온다. 이름 모를 손이 한 사람을 위해 네 번 같은 일을 되풀이했고, 그 되풀이 사이의 작은 어긋남이 지금 남은 가장 사람다운 흔적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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