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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회도와 책가도, 감상보다 기록하려고 그린 조선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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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가 쏟아지는 산 아래, 나무 그늘에 사람들이 조그맣게 모여 앉아 있다. 위에는 글씨가 있고, 아래에는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다. 감상하라고 그린 그림이라기엔 어딘가 서류 같은 데가 있다. 사실 미술관 벽에 걸리기 전까지 그림은 대개 쓰임이 있는 물건이었다. 기도하는 자리에 놓이거나, 집을 꾸미거나, 무슨 일을 기록해 두려고 그렸다.

한국 회화 가운데 그 쓰임이 잘 드러나는 두 점이 있다. 관료들의 모임을 기록한 계회도, 그리고 열 폭 병풍에 책 정물을 가득 채운 책가도다.

모임을 인원수대로 남긴 계회도

계회도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계회도(契會圖)는 말 그대로 계(契) 모임을 그린 그림이다. 같은 관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같은 해 과거에 붙은 동기들이 모임을 열고, 그 기념으로 만들었다.

이 「계회도」는 1551년 무렵, 조선 전기에 비단에 먹과 옅은 색으로 그려 걸어 두는 족자로 꾸몄다. 눈여겨볼 건 화면을 짜는 방식이다. 계회도에는 정해진 틀이 있어서, 맨 위에 모임 이름을 적은 글을 두고, 가운데에 산과 물이 있는 풍경과 그 속에 모인 사람들을 그리고, 맨 아래에 참석자의 이름과 관직을 적는다.

참석자 수만큼 같은 그림을 만들어 한 장씩 나눠 가졌다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단체 사진을 인원수대로 뽑아 나눠 갖는 일이다. 다만 사진과 달리 그림이라서, 사람은 작게, 풍경은 크게 그렸다. 이 계회도에서도 폭포가 쏟아지는 산수가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사람들은 아래쪽 나무 그늘에 작게 모여 있을 뿐이다.

모임의 주인공은 사람인데 왜 풍경이 이렇게 클까. 조선 선비들에게는 산수 속에 함께 모인다는 것 자체가 뜻깊은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건 형식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다. 이 한 점이 어떤 모임을 위해 그려졌는지는 그림만 봐서는 알 수 없다.

책을 쌓아 세운 병풍, 책가도

책가도

책가도(冊架圖)는 책이 놓인 책장을 그린 그림이다. 이 책가도는 20세기 초에 만든 열 폭짜리 접이식 병풍으로, 폭마다 책 더미와 벼루, 붓, 도자기, 꽃병, 과일 같은 물건이 선반 위에 놓여 있다. 폭마다 물건이 다르니 정물화 열 점을 나란히 세워 둔 것과 다름없다.

책가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정조 임금이 어좌 뒤에 책 그림 병풍을 세워 학문을 귀하게 여긴다는 뜻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정말 그랬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책가도가 왕실에서 시작해 민간으로 퍼졌다는 설명은 흔히 볼 수 있다.

그사이 모양도 바뀌었다. 처음에는 서양에서 들어온 원근법으로 책장 칸칸에 물건을 정교하게 넣은 그림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민간으로 내려오면서 책장 틀이 사라지고, 이 병풍처럼 물건들이 자유롭게 쌓인 모습이 되었다.

책 그림을 방에 세워 두면 실제로 책을 쌓아 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노릴 수 있었을 것이다. 책 읽는 집안이라는 걸 그림이 대신 말해 준다. 이때 그림은 그 집의 얼굴을 만드는 장식이다.

산수화와 정물화, 그런데 하는 일은 닮았다

계회도와 책가도는 겉보기에 전혀 다르다. 하나는 산수화, 하나는 정물화다. 하지만 둘 다 그림이 맡은 일이 분명하다.

계회도책가도
하는 일모임을 기록하고 나눠 가짐집의 격을 보여 줌
형태걸어 두는 족자 (세로로 김)접이식 병풍 (가로로 김)
화면 구성위·가운데·아래가 정해짐폭마다 독립된 정물

둘 다 그린 사람의 이름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도 같다. 작가 미상이 뜻하는 것에서 썼듯, 쓰임이 분명한 그림일수록 누가 만들었는지는 크게 따지지 않았다.

세로로 긴 족자, 가로로 긴 병풍

두 그림은 비율이 정반대라 맞추는 방법도 다르다.

계회도는 세로로 길다. 위쪽 글씨 조각과 아래쪽 인물·대나무 조각을 먼저 맞춰 두면 위아래가 잡힌다. 가운데 산과 폭포는 먹이 얼마나 진한지, 능선이 어느 쪽으로 흐르는지를 보며 잇는다. 안개 낀 흰 조각은 미리보기와 견줘 본다.

책가도는 가로로 아주 길어서 조각 격자도 납작하게 나온다. 폭과 폭 사이의 세로 여백 조각을 먼저 세워 열 칸짜리 틀을 만들고, 한 칸씩 채워 나가면 된다. 칸마다 물건이 달라서 다른 칸 조각과 섞일 일이 적다. 책 더미의 줄무늬는 방향이 뚜렷해 좋은 단서다.

두 그림 다 48조각이 알맞다. 한국 회화를 맞추는 전반적인 요령은 조선시대 회화 퍼즐 가이드에 있다. 쓰임이 분명한 그림을 더 보고 싶다면 고려 불화도 그런 갈래다.

맞추다 보면 화면 아래의 작은 글씨 조각이나 선반 위 물건 하나에 눈이 머무는 때가 온다. 그때 이 그림이 무엇에 쓰였는지 떠올려 보면 조각 하나가 그냥 색 덩어리로 보이지 않는다. 계회도의 이름 한 줄은 500년 전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남기고 싶었던 기록이고, 책가도의 책 한 권은 어느 집이 바깥에 보이고 싶었던 모습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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