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가 80점의 판화로 쓴 풍자, 로스 카프리초스
작성 · 수정
캄캄한 밤, 바람에 치마와 머릿수건이 뒤집힌 두 여인이 몸을 웅크린다. 배경은 거의 검은색이고 여인들의 흰 옷만 떠 있다. 고야가 1799년에 내놓은 판화집 「로스 카프리초스(Los Caprichos)」의 한 장이다. 고야의 투우 판화가 경기장의 움직임을 쫓았다면, 이 판화집은 어둠 속 미신과 위선을 들여다본다.
낱장 판화 여러 점과 80점 전체를 묶은 앨범 항목을 퍼즐로 맞출 수 있다. 대부분 1916년 월터 삭스의 기증으로 들어왔고, 몇 점은 다른 경로로 들어왔다.
미신과 위선을 겨냥한 80점
「로스 카프리초스」는 고야가 1799년에 발표한 풍자 판화 80점이다. 스페인 사회의 미신과 위선, 성직자와 귀족의 타락을 꼬집었다. 대부분 에칭과 애쿼틴트로 만들어서 짙은 검은 배경과 밝은 인물이 강하게 맞선다.
앨범 전체 항목은 따로 있는 낱장 카프리초스 판화들과 함께 풀면 연작의 흐름이 보인다고 안내한다. 미술관이 대표 이미지로 올려 둔 건 67번 「기다려, 기름을 발라 줄게」다. 두 요괴가 염소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다. 마녀가 날아오르기 전에 몸에 연고를 바른다는 미신을 그렸다.
마드리드의 밤거리
연작의 앞부분은 마드리드의 밤 풍속을 겨눈다.
맨 처음에 말한 장면이 「나쁜 밤」(36번)이다. 바람에 시달리는 밤거리의 여인들을 통해 당시 마드리드의 밤 풍속을 비꼬았다. 애쿼틴트로 낸 검은 밤과 흰 옷이 맞서는 대비가 이 판화를 거의 다 설명한다.
「이를 사냥하러」(12번)의 여인은 교수대에 매달린 시체 앞에서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른 손을 시체의 입으로 뻗는다. 교수형 당한 사람의 이가 사랑의 부적이 된다는 미신을 비꼰 것이라고 한다. 무서워 고개를 돌리면서도 손은 내미는 그 자세에 풍자가 다 들어 있다.
신화의 이름을 빌린 풍자
「탄탈로스」(9번)에서는 기절한 듯 쓰러진 여인 곁에서 남자가 괴로워한다. 탄탈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눈앞의 물과 열매를 영원히 먹지 못하는 벌을 받은 인물이다. 고야는 젊은 아내를 두고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늙은 남편을 이 이름에 빗댔다고 한다.
「이렇게 봐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7번)의 남자는 외알 안경을 눈에 대고 여인을 들여다보는데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판 아래에는 제목만 새겼다. 그런데 연작에 딸려 전하는 당대 해설문에는, 그녀를 알아보려면 안경보다 판단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이 있다. 겉모습에 속는 사람을 겨냥했다.
노파와 젊은 여인이 다시 나올 때
어떤 판에는 같은 인물이 이어서 나온다. 「잘 당겨졌군」(17번)에서 노파가 젊은 여인의 스타킹 매무새를 봐주고, 「예쁜 충고」(15번)에서는 같은 두 사람으로 보이는 이들이 다시 나와 노파가 젊은 여인의 귀에 뭔가를 속삭인다. 이 노파는 「로스 카프리초스」에 되풀이해 나오는 뚜쟁이로 읽힌다. 속삭임은 돈 많은 남자를 유혹하라는 조언으로 풀이된다. 고야는 이런 장면으로 당시 마드리드의 성매매와 그걸 부추기던 사회 구조를 겨눴다.
후반부의 악몽
뒤로 갈수록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후반부에는 마녀와 요괴가 나오는 환상 장면이 이어지고, 앞부분의 사회 풍자가 악몽의 모습으로 계속된다. 78번 「서둘러, 그들이 깨어난다」에서는 두건 쓴 형상들이 긴 탁자 둘레에 모였다. 하나는 빗자루를 쥐었고 하나는 포개 놓은 접시로 손을 뻗는다. 사람들이 잠든 밤에 집안일을 해치우고 날이 밝기 전에 서둘러 떠나는 꼬마 요괴(두엔데)들로 흔히 풀이되는데, 수도복 같은 차림 때문에 수도사를 빗댄 풍자로 보기도 한다.
사회 풍자로 시작해 마녀와 요괴로 끝나는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어리석음을 그리던 고야가 끝내 그것을 괴물의 얼굴로 마무리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투우 판화와 같은 화가, 같은 애쿼틴트 기법인데 무대는 밤거리와 방 안으로 훨씬 사적이고 어둡다. 투우가 스페인의 국민적 구경거리였다면, 카프리초스는 그 구경거리 뒤에 숨은 위선을 그렸다.
애쿼틴트의 밤에서 손이 멈춘다
거의 모든 판이 검은 애쿼틴트 배경에 흰 옷 입은 인물이 떠 있는 구도라, 흰 옷과 살갗 조각은 한눈에 골라진다. 판 아래쪽에 스페인어 제목과 번호가 찍힌 조각은 맨 아랫줄로 보낸다. 인물이 둘 이상인 판은 표정과 자세로 가른다.
오래 붙잡게 되는 건 애쿼틴트로 찍은 검은 면이다. 오돌토돌한 입자가 고르게 깔려 있어서 조각끼리 거의 구분이 안 된다. 단색 면이 넓은 그림 공략법대로 인물 둘레에서 가장자리 쪽으로 메워 가거나, 드가·로트렉 소묘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검은색의 밀도 차이를 보고 가른다. 「나쁜 밤」처럼 검은 면이 넓은 판은 48조각보다 24조각이 덜 지친다.
300점 가운데 여든 점
고야는 평생 판화 300여 점을 남겼다고 알려져 있고, 그 가운데 한 묶음이 「로스 카프리초스」 80점이다. 몇 장을 이어서 맞추다 보면 한 시대의 사회를 통째로 풍자하겠다던 화가의 야심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검은 조각을 하나씩 메우는 동안, 그 어둠이 고야에게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 묻는 질문
고야의 「로스 카프리초스」는 어떤 작품인가요?
고야가 1799년에 발표한 80점의 풍자 판화집입니다. 스페인 사회의 미신과 위선, 성직자와 귀족의 타락을 꼬집었고, 대부분 에칭과 애쿼틴트로 만들었습니다.
「로스 카프리초스」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앞부분은 마드리드의 밤 풍속 같은 사회 풍자이고, 후반부는 마녀와 요괴가 등장하는 환상으로 분위기가 바뀝니다.
카프리초스 판화 퍼즐은 어떻게 푸나요?
대부분 검은 애쿼틴트 배경에 흰 옷의 인물이 떠 있는 구도입니다. 인물을 먼저 맞추고, 검은 배경은 단색 면을 다루는 방식대로 마지막에 채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