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와 조끼, 겉옷을 겹쳐 입던 발칸 지역 의상 네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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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우스 위에 조끼, 그 위에 앞치마, 치마 위에 또 겹치마. 발칸반도와 아나톨리아의 민속 복식은 옷 한 벌을 입는다기보다 여러 벌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쪽에 가깝다. 앞치마 하나와 여성용 한 벌, 남성용 두 벌을 차례로 보면 이 겹쳐 입기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짐작이 간다.
| 작품 | 성별 | 재료 |
|---|---|---|
| 앞치마 | 여성용 | 모, 금속사 |
| 앙상블 | 여성용 | 모, 면, 금속사, 모시, 가죽, 유리 |
| 앙상블 | 남성용 | 여러 재료 혼합 |
| 앙상블 | 남성용 | 모, 면, 비단, 모시, 가죽 |
치마를 덮는 천이 옷차림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앞치마는 위가 좁고 아래로 갈수록 넓어진다. 위쪽 붉은 바탕에는 흰 점과 마름모 무늬가 겹겹이 짜여 있고, 아래쪽으로는 초록과 붉은 띠가 이어지며, 가장자리를 빙 둘러 붉은 술이 달렸다. 동유럽과 발칸, 아나톨리아의 여성복에서 앞치마는 치마에 때가 묻지 않게 두르는 물건에 그치지 않았다. 옷차림 전체에서 가장 눈이 가는 장식이었다. 마름모는 다산과 보호를 비는 무늬로 널리 쓰였고, 술과 금속사가 들어갔다면 축제 때 입는 옷이다. 무늬는 수를 놓은 게 아니고 천을 짤 때 함께 짜 넣었다.
맞출 때도 이 무늬가 길을 낸다. 위쪽 마름모 조각과 아래쪽 가로 띠 조각은 무늬 방향만 봐도 갈리고, 술 달린 가장자리 조각으로 바깥 윤곽부터 두르면 안쪽이 좁혀진다. 같은 무늬가 되풀이되니 100조각으로 할 때는 미리보기를 켜 두는 게 편하다.
여자 옷 한 벌에 들어간 여섯 가지 재료
여성용 앙상블은 격자무늬 흰 블라우스 위에 자줏빛 방울 장식이 달린 짧은 조끼를 걸치고, 아래에는 붉은 세로줄이 든 검은 치마와 검은 겹치마를 두른 차림이다. 재료 목록을 보면 양모와 면, 금속사, 모시, 짐승 가죽에 유리까지 나온다. 발칸과 동유럽에서는 이렇게 여러 벌을 겹쳐서야 옷 한 벌이 되었고, 부분마다 색과 무늬로 어느 마을 사람인지, 혼인을 했는지를 드러냈다. 재료가 이토록 잡다한 건 부분마다 만든 장인이 달랐기 때문이다. 방울과 유리 구슬은 걸을 때마다 소리를 내고 반짝였을 것이다. 이 겹쳐 입기가 조끼와 블라우스, 드레스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동유럽 자수 순회에서 더 볼 수 있다.
흰 블라우스, 자줏빛 방울, 붉은 줄 치마, 검은 겹치마가 색으로 또렷이 나뉘어서, 100조각으로 잘라도 길을 잃을 일이 적다. 조끼의 방울 조각과 치마의 세로줄 조각을 먼저 골라 두면 위아래가 금방 맞붙는다.
남자들도 겹겹이 입었다
겹쳐 입기는 여성복에만 있던 방식이 아니다. 남성용 앙상블 하나는 검은 천에 검은 끈을 촘촘히 감아 붙여 두툼한 질감을 낸 짧은 조끼다. 앞섶에는 금속 단추가 줄지어 있고, 가슴에는 붉은 실로 소용돌이를 수놓았다. 끈을 감아 붙이는 장식은 발칸 남성복에서 자주 보인다. 천이 두꺼워지니 몸을 보호하는 구실도 했다. 단추 줄은 여미는 용도보다 장식에 가까웠고, 단추가 몇 개인지, 얼마나 큰지가 그 사람의 재산과 지위를 말해 주었다. 조각은 48조각이면 충분하다. 끈이 지나가는 결(세로, 가로, 곡선)을 보고 조각을 가르고, 금속 단추 줄과 붉은 안감으로 가운데 축을 먼저 세운다.
다른 남성용 앙상블은 앞섶과 소매 끝, 어깨에 검은 양털을 두툼하게 두른 짧은 겉옷이다. 발칸의 산악 지역에서 겨울을 나려면 안이나 가장자리에 양털을 댄 겉옷이 꼭 있어야 했다. 양털을 굳이 바깥으로 드러낸 데는 따뜻함 말고도 옷이 얼마나 풍성한지 보여 주려는 뜻이 있었다. 이 겉옷 역시 여러 겹으로 이루어진 한 벌의 일부다. 같은 지역, 비슷한 기후에서 나온 옷 짓는 방식이라 헝가리 목동의 겨울옷에 나오는 가죽 외투들과도 닮은 데가 많다.
양털 겉옷 퍼즐은 거의 검은 조각뿐이지만, 양털과 누빈 천은 질감이 달라 자세히 보면 구분된다. 마네킹의 흰 목과 어깨의 둥근 윤곽부터 잡고 양털을 가장자리에 둘러 나간다. 검은 조각끼리 헷갈리지 않게 이것도 48조각 정도로 작게 자른다.
앞치마 따로, 조끼 따로, 겉옷 따로
넷을 나란히 놓으면 왜 이렇게 여러 벌이 필요했는지 보인다. 이 지역 민속 복식은 부분마다 재료도, 만드는 장인도 달랐다. 그날의 격식에 맞춰 이 부분들을 골라 조합해야 비로소 한 벌의 옷차림이 되었다. 재료 목록 한 줄에 양모, 면, 금속사, 모시, 가죽, 유리가 한꺼번에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박물관 유리장 안에서는 한 벌로 서 있지만, 이 옷들은 원래 그날의 격식에 맞춰 그때그때 새로 짜 맞추던 조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