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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로스 카프리초스에 되풀이 나오는 뚜쟁이 노파와 젊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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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밤, 교수대에 매달린 시체 앞에서 한 여인이 얼굴을 가린 채 손을 뻗는다. 고야의 「로스 카프리초스」 80점 가운데 한 장면이다. 이 연작은 투우 판화, 로스 카프리초스 전체 개관, 발표하지 않은 감옥 판화들에서 이미 몇 번 다뤘지만, 그 안에는 따로 떼어 볼 만한 결이 하나 더 있다. 미신에 매달리는 사람들, 그리고 한 노파와 그 노파가 부추기는 젊은 여인이 여러 장에 걸쳐 되풀이 나온다. 사회 풍자로 시작해 요괴의 환상으로 끝나는, 연작 속의 작은 연작이다.

작품번호크기
이를 사냥하러12번21.8 × 14.9cm
예쁜 충고15번21.6 × 15.1cm
잘 당겨졌군17번24.99 × 15.01cm
서둘러, 그들이 깨어난다78번21.4 × 15cm

교수대 앞에서 얼굴을 가린 손

이를 사냥하러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이를 사냥하러의 여인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른 손을 교수형 당한 남자의 입으로 뻗는다. 시체는 흰 셔츠 차림이고,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건 여인의 레이스 앞치마뿐이다.

교수형 당한 사람의 이가 주술에 듣는다는 미신을 꼬집은 판화다. 판에 새겨진 건 번호와 제목뿐이지만, 연작과 함께 전하는 당대 해설문에는 이런 미신을 믿는 사람들을 딱하게 여기는 말이 적혀 있다고 한다. 무서워서 눈을 가리면서도 손은 끝내 뻗고 마는 몸짓. 풍자는 그 어긋남 하나에 다 들어 있다.

귓가의 속삭임과 스타킹

예쁜 충고

예쁜 충고에서는 검은 레이스 만틸라를 쓴 젊은 여인이 의자에 앉아 앞을 보고 있다. 옆자리의 노파는 몸을 기울여 그 귀에 뭔가를 속삭인다. 만틸라는 스페인 여인들이 쓰던 검은 머릿수건으로, 고야 판화에 자주 나오는 소품이다.

제목이 말하는 “예쁜 충고”는 돈 많은 남자를 꾀어 보라는 뚜쟁이의 조언이다. 이 노파는 「로스 카프리초스」 곳곳에 다시 얼굴을 내미는데, 이어서 볼 장면에도 두 사람이 함께 있다.

잘 당겨졌군

잘 당겨졌군의 젊은 여인은 허리를 굽혀 스타킹을 끌어올리고, 옆에 앉은 노파가 그걸 지켜본다. 손님 앞에 내보내기 전에 매무새를 살피는 장면이고, 제목부터가 뜻이 두 겹인 농담이다. 두 장을 나란히 놓으면 짧은 이야기 한 편이 된다. 노파가 귀띔하고, 젊은 여인은 그대로 채비를 마친다. 고야가 이런 장면으로 겨눈 건 당시 마드리드의 성매매와 그걸 부추기던 사회였다.

날이 밝기 전에 서두르는 것들

서둘러, 그들이 깨어난다

서둘러, 그들이 깨어난다에서는 공기가 확 바뀐다. 회색 애쿼틴트로 칠한 방, 긴 탁자 둘레에 두건 쓴 형상 셋이 모여 있다. 앞쪽 형상은 흰 수도복 같은 옷을 입고 탁자에 기댄 채 긴 빗자루를 비스듬히 쥐었다. 그 뒤의 형상은 탁자 위로 몸을 숙여 포개 둔 접시에 손을 뻗는다. 얼굴은 늙은이 같기도 하고 요괴 같기도 하다.

「로스 카프리초스」는 후반으로 갈수록 마녀와 요괴가 나오는 환상으로 넘어가고, 앞부분의 사회 풍자는 악몽의 모습을 하고 이어진다. 이 판은 사람들이 잠든 밤에 집안일을 해치우고 날이 밝기 전에 허둥지둥 빠져나가는 꼬마 요괴(두엔데)들로 흔히 읽힌다. 수도복과 두건 차림을 근거로 수도사를 빗댄 풍자로 보는 사람도 있다.

검은 배경에서 흰 옷부터

네 장 모두 짙은 애쿼틴트 바탕에 흰 옷이나 밝은 살갗이 떠오르는 구도다. 그래서 단색 면이 넓은 그림 공략법과 드가·로트렉 소묘에서 쓴 밀도 구분법이 함께 먹힌다. 어둠 속의 흰 셔츠나 밝은 치마 조각을 제일 먼저 찾아 인물의 자세를 세운다. 판 아래쪽에 스페인어 제목과 번호가 새겨진 조각은 화면 아래라는 확실한 표지가 된다. 짙은 배경끼리는 잘 구분되지 않으니 인물을 다 맞춘 뒤 가장자리부터 채워 들어가자. 조각 수는 네 장 모두 24조각이나 48조각이 좋고, 검은 면이 넓을수록 낮게 잡는 편이 편하다.

노파가 데려간 곳

순서대로 놓아 보면 고야가 이 연작에서 걸어간 길이 보인다. 죽은 자의 이를 노리는 미신에서 출발해 뚜쟁이와 젊은 여인의 거래를 지나 요괴들의 밤에 닿는다. 앞의 장면들이 사람 사는 세상의 어리석음이라면, 마지막 장은 그 어리석음이 끝까지 밀려간 모습처럼 보인다. 사회의 위선을 노려보던 눈이 어느 순간 사람이 아닌 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낱장으로도 충분히 센 판화들이다. 그래도 같은 노파가 여러 장에 다시 나온다는 걸 알고 나면, 80점짜리 연작이 한 줄로 이어진 이야기처럼 읽히기 시작한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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