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붉은 후지, 매화 가지로 맞추는 호쿠사이와 히로시게 판화 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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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쿠사이의 파도는 티셔츠에도, 이모지에도, 동네 카페 간판에도 있다. 너무 흔해서 오히려 제대로 볼 일이 없는 그림이다. 이 그림이 원래 무엇을 그리려던 연작의 한 장인지, 왜 후지산이 파도보다 작은지, 같은 연작의 「붉은 후지」가 왜 더 까다롭다는 소리를 듣는지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공개한 판화 세 장을 퍼즐로 올리면서 그 이야기를 해 본다.
| 작품 | 작가 | 연작 | 시기 |
|---|---|---|---|
|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 가쓰시카 호쿠사이 | 후지산 36경 | 1830년대 초 |
| 맑은 날의 남풍(붉은 후지) | 가쓰시카 호쿠사이 | 후지산 36경 | 1830년대 초 |
| 가메이도의 매화 정원 | 우타가와 히로시게 | 명소 에도 백경 | 1856~58 |
파도 골짜기 너머의 작은 후지산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에서는 화면 왼쪽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파도가 오른쪽으로 무너지며 하얀 거품을 발톱처럼 세운다. 그 밑에서 사람을 태운 좁고 긴 배 세 척이 파도에 맞서 노를 젓는다. 파도가 패어 놓은 골짜기 너머로, 눈 덮인 후지산이 조그맣게 앉아 있다.
호쿠사이가 일흔 살 무렵 낸 「후지산 36경」 연작의 첫 장이다. 연작 전체가 후지산을 어디서, 어떻게 볼 수 있느냐는 물음을 붙들고 있으니, 산을 파도보다 작게 둔 건 일부러 부린 시점의 장난이다. 파도의 깊은 파랑은 당시 유럽에서 막 들어온 프러시안 블루 안료가 있어서 낼 수 있었다. 목판화라 같은 그림이 수천 장 찍혀 나왔고, 19세기 말 유럽으로 건너가 모네와 반 고흐, 드뷔시에게까지 닿았다.
사람도 배도 없는 붉은 산
같은 연작에서 파도와 맞먹게 유명한 장이 맑은 날의 남풍, 흔히 「붉은 후지」라 부르는 그림이다. 후지산 하나가 화면을 거의 다 차지한다. 이른 아침 햇빛을 받은 산은 붉은 갈색이고, 정상 언저리에는 눈이 흰 줄기로 남았으며, 기슭은 짙은 초록 숲이다. 하늘은 위로 갈수록 짙어지는 파랑이고, 그 위로 잔물결 같은 흰 구름이 가로로 줄지어 있다. 사람도 배도 집도 없다. 늦여름 맑은 날 남풍이 불 때, 새벽 햇살에 산이 붉게 물드는 순간을 그렸다. 색은 세 가지, 형태는 삼각형 하나. 목판화가 색을 어떻게 겹쳐 찍는지가 이만큼 훤히 보이는 그림도 드물다.
반 고흐가 유화로 옮긴 매화
가메이도의 매화 정원은 히로시게의 마지막 연작 「명소 에도 백경」 중 한 장이다. 검고 굵은 매화 가지가 화면 앞을 가로지르고, 가지에는 흰 매화가 점점이 피었다. 그 너머로 붉게 물든 하늘과 초록 땅, 울타리 안에서 꽃을 구경하는 작은 사람들이 보인다. 가까운 건 터무니없이 크게, 먼 건 아주 작게 놓은 대담한 구도다.
가메이도의 이 매화나무는 가지가 땅을 기며 용처럼 뻗는다고 해서 “와룡매(누운 용 매화)“라 불리던 명물이었다. 반 고흐는 1887년 파리에서 이 판화를 유화로 그대로 옮겨 그렸고, 그 그림은 지금 암스테르담에 있다. 반 고흐 여섯 점 글에 나오는 파리 시절 자화상과 같은 해다. 반 고흐의 짧은 색선과 과감한 구도 뒤편에는 이런 판화가 서 있었다.
칼로 자른 듯한 경계, 그리고 넓은 단색 면
유화 퍼즐을 하다가 판화 퍼즐로 넘어오면 금방 알아챈다. 색과 색의 경계가 칼로 잘라 낸 듯 또렷하다. 목판화는 색마다 판을 따로 파서 겹쳐 찍으니, 두 색이 섞이는 중간 지대가 생기지 않는다. 파란 파도와 흰 거품이 만나는 조각, 검은 가지와 붉은 하늘이 만나는 조각은 한 번 보면 자리가 정해진다.
그래서 세 장 모두 경계 조각부터 이어 나가는 게 빠르다. 파도 그림은 파랑과 흰 거품이 맞닿은 조각들로 파도의 윤곽을 세우면 나머지가 저절로 따라온다. 매화 정원의 검은 가지는 흰 꽃 점이 어디에 박혔는지를 보고 잇는다.
대신 판화에는 유화에 없는 함정이 있다. 넓은 단색 면이다. 파도 그림의 하늘, 붉은 후지의 하늘과 산 비탈이 그렇다. 보통 이런 조각은 단색 배경 공략법대로 맨 끝에 빈자리를 메우며 넣지만, 「붉은 후지」는 사정이 좀 다르다. 하늘이 위로 갈수록 짙어지니 농도로 세로 위치를, 구름 무늬로 가로 위치를 잡을 수 있다. 산의 붉은 면에도 목판 결이 희미하게 남아 있어서 확대하면 가려진다. 단순해 보여 100조각을 골랐다가 하늘에서 발이 묶이기 쉬운 그림이다. 처음이라면 48조각에서 시작하는 게 마음 편하다.
매화 정원은 세로로 아주 긴 그림(가로 1 대 세로 2.9)이어서 조각이 세로로 길게 늘어선다. 사람과 울타리가 있는 아래쪽 띠를 먼저 끝내 두고 가지를 위로 올려 간다. 세로 화면은 폰에서 특히 잘 맞으니 아이와 처음 하는 퍼즐로 골라도 좋다.
같은 동아시아 그림이라도 한국 회화 퍼즐 가이드에 모인 조선 시대 먹 그림은 사정이 반대다. 판화가 경계를 칼로 긋는다면 먹은 경계를 번지게 풀어 버린다. 판화에서는 선을 찾고, 먹 그림에서는 선이 사라지는 자리를 찾게 된다.
자주 묻는 질문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에서 후지산은 왜 파도보다 작나요?
이 그림은 호쿠사이의 「후지산 36경」 연작 첫 장이고, 연작 전체가 후지산을 어디서 어떻게 볼 수 있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파도 골짜기 너머로 후지산을 작게 둔 것은 시점의 장난입니다.
판화 퍼즐은 유화 퍼즐과 무엇이 다른가요?
목판화는 색마다 판을 따로 파서 겹쳐 찍기 때문에 두 색이 섞이는 중간 영역이 없고 색면의 경계가 칼로 자른 듯 또렷합니다. 그래서 경계 조각부터 잇는 것이 빠른 대신, 하늘처럼 넓은 단색 면이 함정이 됩니다.
「붉은 후지」는 단순해 보이는데 왜 어렵다고 하나요?
색이 세 가지뿐이고 형태가 삼각형 하나라 쉬워 보이지만 하늘과 산 비탈이 넓은 단색 면입니다. 하늘은 위로 갈수록 진해지는 파랑의 농도로 세로 위치를, 구름 무늬로 가로 위치를 잡아야 해서 처음이면 48조각이 알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