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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부터 왕의 딸까지, 드루에가 그린 18세기 파리의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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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 비단, 은빛 비단, 꽃무늬로 덮인 파랑, 그리고 흰 베일. 18세기 파리 여성 네 명의 초상이 유럽 회화 속에 나란히 있는데, 넷 다 프랑수아 위베르 드루에(1727~1775)가 그렸다. 파리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죽은 화가다. 모델의 신분은 무대 위 배우부터 왕의 딸까지 제각각이지만, 모두 한 사람의 붓을 거쳐 갔다.

작품연대크기소장 경위
파바르 부인으로 전해지는 여인175780 × 64.8 cm아이작 플레처 유증, 1917
마리 랭토(베리에르 양)1761115.6 × 87.9 cm줄스 바크 컬렉션, 1949
소피 드 프랑스 공주176265.1 × 53 cm바버라 로 팰러스 기증, 1964
베스타 여사제로 분한 젊은 여인176780 × 63.8 cm하우프트 부인 기증, 1965

1757년부터 1767년까지, 10년 사이에 그려진 그림들이다. 미술관에 들어온 길은 넷이 모두 달랐다. 한 화가가 그린 초상들이 서로 다른 수집가의 손을 거쳐 결국 한 미술관에서 다시 만났다.

건반 앞에서 돌아보는 오페라 스타

파바르 부인으로 전해지는 여인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파바르 부인으로 전해지는 여인」에서 청록색 비단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건반 악기 앞에 앉아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본다. 18세기 파리 오페라 코미크의 인기 배우이자 가수였던 마리 쥐스틴 파바르 부인이라고 전해지지만, 확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파바르 부인은 극작가인 남편과 함께 프랑스 희극 오페라를 키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드루에는 모델의 직업이나 취미를 소품으로 곁들이기를 좋아했는데, 악보대 위에 펼쳐 둔 악보도 그런 장치다. 이름표를 달지 않아도 그림이 이 사람이 누구인지 일러 준다.

조르주 상드의 증조모

마리 랭토, 베리에르 양

「마리 랭토, 베리에르 양」의 여인은 은빛 비단 드레스를 입고 흰 깃털로 머리를 꾸몄다. 마리 랭토는 “베리에르 양”이라는 예명으로 무대에 선 가수이자 배우였고, 프랑스 원수 모리스 드 삭스의 연인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난 딸의 손녀가 소설가 조르주 상드다. 이 초상의 여인은 상드의 증조모가 된다. 조르주 상드의 노앙 정원도 퍼즐로 있으니, 그 정원 주인의 집안을 위로 거슬러 오르면 이 은빛 드레스에 닿는다.

결혼하지 않고 베르사유에 남은 공주

소피 드 프랑스 공주

「소피 드 프랑스 공주」는 꽃무늬가 빈틈없이 덮인 파란 드레스에 모피 토시를 낀 모습이다. 소피 드 프랑스는 루이 15세의 여덟 딸 가운데 하나로, 끝내 결혼하지 않고 베르사유에서 평생을 살았다.

1762년, 드루에가 왕의 딸들을 여러 번 그리던 무렵의 초상이다. 드레스를 온통 뒤덮은 꽃 장식이 화려함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오페라 배우나 귀족의 연인과 달리 이 여인의 자리는 태어나는 순간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도 드루에의 붓은 공주의 드레스와 배우의 드레스를 똑같이 공들여 다룬다.

여사제 차림을 한 이름 없는 여인

베스타 여사제로 분한 젊은 여인

「베스타 여사제로 분한 젊은 여인」에서는 흰 베일에 흰 비단옷을 입은 여인이 제단에 꽃을 바친다. 베스타 여사제는 고대 로마에서 신전의 불을 지키던 처녀 사제였다. 18세기 프랑스에서는 이 모습을 빌려 젊은 여성의 순결을 드러내는 초상이 유행했다.

실제 인물을 신화나 역사 속 인물처럼 꾸며 그린 이런 그림을 “가장 초상(costume portrait, 또는 판타지 초상)“이라고 한다. 드루에는 이런 초상을 여럿 남겼지만, 이 여인이 누구였는지는 기록에 없다. 나머지 셋은 불확실하게나마 이름이 전해지는데, 신화의 옷을 입혀 준 이 한 사람만 이름을 잃었다.

퍼즐로 오래 붙잡게 되는 것도 이 그림이다. 베일도 비단옷도 흰색이라 조각끼리 잘 구별되지 않고, 주름 사이에 진 옅은 회색 그림자의 방향을 보고서야 겨우 나뉜다. 비슷한 색 조각을 가르는 방법은 색깔별로 조각을 나누는 법에 따로 있다.

넷을 한데 놓으면 18세기 파리의 초상화가 무슨 일을 했는지 보인다. 파바르 부인, 마리 랭토, 소피 공주처럼 실존 인물을 꼼꼼히 기록하기도 했고, 베스타 여사제처럼 이름 없는 여인을 신화 속 인물로 올려 주기도 했다. 비단의 광택과 레이스의 결을 다루는 솜씨는 어느 쪽이든 같다.

소피 공주의 꽃무늬는 의외로 빠르다

네 점 모두 어두운 단색 배경 앞에서 차려입은 인물이 화면 대부분을 채운다. 소피 공주의 드레스는 꽃무늬가 조각마다 조금씩 달라서 보기보다 금방 맞춰지고, 마리 랭토의 리본이나 파바르 부인의 건반과 악보, 모피 토시와 금빛 제단도 모양이 뚜렷해 손이 먼저 간다. 시간을 잡아먹는 건 넷 다 수수한 갈색이나 어두운 색으로 칠한 배경이다. 100조각이면 배경 조각이 그리 많지 않아서 지치기 전에 끝이 보인다. 인물화를 맞추는 전반적인 요령은 초상화 퍼즐 가이드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오페라 배우, 원수의 연인, 왕의 딸, 그리고 이름 모를 젊은 여인. 이 넷이 서로 마주친 적이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확실한 건 10년 사이에 한 화가의 화실에 차례로 앉았다는 것, 그리고 드루에가 누구의 비단이든 같은 손길로 광택을 올렸다는 것 정도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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