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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한 알과 무너진 벽으로 읽는 피렌체 성모자 그림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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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가 붉은 열매를 쥐고 있다. 다른 그림에서는 아기가 풀밭에 누웠고, 그 뒤로 허물어진 담벼락이 보인다. 성모자 그림은 얼핏 다 거기서 거기 같지만, 이런 작은 것 하나하나에 뜻이 실려 있다. 로버트 리먼 컬렉션에서 온 네 점은 1475년에서 1510년 사이 피렌체(와 시에나)에서 그려진 성모자와 수태고지 그림이다.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품은 상징은 저마다 다르다. 성모자 그림 전반은 성모자상 퍼즐에서, 옥좌에 앉은 성모는 옥좌의 성모자에서 따로 다뤘고, 여기서는 그림 속 작은 물건들을 따라가 본다.

작품화가연대
성모자 (석류)벤베누토 디 조반니1475~85년 무렵
아기를 경배하는 마리아보티첼리(공방)1490~95년 무렵
젖 먹이는 성모와 어린 세례자 요한코시모 로셀리1490년 무렵
수태고지마에스트로 에시구오1500~10년 무렵

아기 손에 들린 석류

성모자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성모자」의 아기는 붉은 열매를 손에 쥐었다. 석류로 보이는데,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뜻하는 오래된 상징이다. 껍질 안에 알갱이를 빼곡히 품은 열매라 부활과 다산을 나타내는 데 두루 쓰였다.

벤베누토 디 조반니는 15세기 후반 시에나에서 일했다. 금박 바탕이라는 전통은 지키면서 인물의 얼굴은 한결 부드럽게 그렸다. 후광에 새긴 라틴어 글자는 성모를 기리는 문구다.

이 글의 네 점은 모두 100조각으로 맞추기 무난하다. 색 구역이 또렷해서다. 석류 성모자에서 마지막까지 남는 건 금박 조각인데, 후광 글자가 걸린 조각부터 놓으면 나머지 금박이 들어갈 자리가 좁혀진다. 두 얼굴과 붉은 열매, 아래쪽 회색 난간은 그보다 훨씬 먼저 제자리를 찾는다.

폐허 앞 풀밭에 누운 아기

아기를 경배하는 마리아

「아기를 경배하는 마리아」에서 아기는 구유 대신 풀밭에 누워 있고, 마리아가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기를 땅에 눕히고 마리아가 경배하게 하는 이 형식은 15세기 후반 피렌체에서 크게 유행했다.

뒤편의 무너진 벽과 성문은 그냥 배경이 아니다. 그리스도가 태어나면서 이교의 옛 세계가 허물어지고 새 시대가 열린다는 뜻을 담았다. 보티첼리와 그 공방의 그림으로 여겨지는데, 마리아의 길쭉한 손가락과 부드러운 옆얼굴이 보티첼리의 손버릇으로 꼽힌다. 로버트 리먼의 거장들에 나오는 보티첼리의 「수태고지」와 나란히 보면 같은 화가의 다른 얼굴이 보인다.

마리아의 푸른 망토는 넓고 색이 한결같아서, 맞출 때는 주름에 난 밝은 선을 하나씩 따라가야 한다. 회색 폐허와 초록 풀밭은 층이 분명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젖을 먹이는 어머니와 어린 사촌

젖 먹이는 성모와 어린 세례자 요한

「젖 먹이는 성모와 어린 세례자 요한」에서 마리아는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젖 먹이는 성모는 신의 아들이 사람의 몸을 입었다는 걸 힘주어 말하는 오래된 도상이다. 신성한 존재가 인간으로 태어나 젖을 먹어야 했다는 이중성이 그림의 중심에 놓인다. 곁에 어린 요한을 함께 그리는 방식은 15세기 후반 피렌체에서 특히 유행했다.

코시모 로셀리는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 벽화 작업에도 참여한 피렌체 화가다. 템페라에 유화를 섞어 피부를 부드럽게 표현했다. 그 부드러운 살색이 세 얼굴과 아기 몸에 몰려 있어서, 이 부분을 먼저 맞추고 나면 뒤의 금색 벽 무늬와 양옆 초록 풍경이 설 자리가 생긴다.

“가는 화가”라는 별명

수태고지

네 점 가운데 가장 늦은 「수태고지」는 화가 이름부터 눈길을 끈다. “마에스트로 에시구오”는 “가는 화가”라는 뜻의 별칭으로, 가늘고 길쭉한 인물을 그린 이름 모를 화가에게 붙었다. 요즘은 베노초 고촐리의 아들 알레소로 보기도 한다. 화풍의 특징을 따서 이름을 지어 붙이는 방식은 오르카냐의 그림자에서 본 것과 닮았다.

배경의 회랑과 삼나무 정원은 15세기 피렌체 수태고지라면 으레 등장하는 무대였다. 회랑 아치와 바닥 타일이 한 점으로 모여드는 정확한 원근법 역시 이 무렵 피렌체 그림의 특징이다. 퍼즐을 맞출 때도 그 원근선 덕을 본다. 아치와 타일의 곧은 선으로 틀을 먼저 짜 두면, 초록 옷과 푸른 망토의 두 인물, 백합, 붉은 지붕과 위쪽 삼나무는 남은 칸을 채우는 일이 된다.

다시 보게 되는 아기의 손

석류 한 알은 부활을, 무너진 벽은 바뀌는 시대를, 젖가슴은 신과 사람이 한 몸이라는 걸, 삼나무 정원은 정해진 무대를 말한다. 성모자 그림은 어머니와 아기의 초상이면서 상징을 차곡차곡 모아 둔 상자이기도 하다. 네 점을 맞추고 나면 다른 성모자 그림 앞에서도 아기가 뭘 쥐고 있는지, 뒤편에 뭐가 서 있는지부터 들여다보게 된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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