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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왜 아일랜드 성물의 복제품을 사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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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기 성인의 지팡이와 11세기 복음서 함이 나란히 놓여 있다. 그런데 소장처 정보의 분류란에는 “복제-금속공예(Reproductions-Metalwork)“라고 적혀 있다. 미술관에 있는 물건은 원본이려니 하기 쉽지만, 「중세 미술」 부문의 아일랜드 성물 여러 점은 처음부터 복제품으로 분류되어 들어왔다.

성물함 일곱 점과 원본 연대

소장처 정보에서 확인되는 것만 추리면 다음과 같다. 표의 “원본 연대”는 소장처가 작품명 옆에 적어 둔 값이고, 복제품은 모두 20세기 초에 만들어졌다.

작품원본 연대재료
성 무라의 지팡이7세기청동, 은, 보석
성 몰라이세의 복음서 함1001~25청동, 은, 도금한 은, 보석
성 패트릭의 복음서 함1080~1100청동, 도금 청동, 에나멜, 보석
성 라흐틴의 팔 성물함1106청동, 은, 보석
오도넬 카타흐 성물함1084청동, 도금, 보석
성 패트릭의 손 성물함14세기은, 보석
코맥 맥카시의 지팡이12세기구리, 에나멜, 보석

모두 “로저스 기금(Rogers Fund), 1908년”으로 들어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같은 해, 같은 기금으로 한꺼번에 사들인 세트다. 원본도 아닌 물건을 왜 이렇게 모았을까.

원본 대신 복제품이 건너온 사정

소장처 설명으로는 아일랜드 국보를 세계에 알리려는 뜻으로 만들어져 미술관에 들어왔다고 한다. 소장처의 설명을 옮긴 것이고 따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사정은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원본은 애초에 옮겨 올 수 없었을 듯하다. 아일랜드의 성물이자 국보급 유물을 미국 미술관이 사들이기는 어려웠을 테고, 성 패트릭의 복음서 함 원본은 지금도 더블린에 있다고 한다. 복제품은 그 원본의 형태를 대신 보여 준다. 미술관은 교육을 위해 세계 각지의 조형을 함께 보여 줘야 했고, 20세기 초에는 복제품을 전시에 쓰는 일이 흔했다. 만든 이의 솜씨도 무시할 수 없다. 청동과 은, 에나멜을 원본처럼 다루는 데에는 그 자체로 상당한 공예 기술이 필요하다. 그 장인들의 이름은 남지 않았는데, 이름 없는 만든 이들에 대해서는 작가 미상이 뜻하는 것에서 한 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옛것인 척하는 그림은 사람을 속이려는 복제의 이야기였다. 이쪽은 정반대로, 처음부터 복제품임을 밝히고 들여왔다. 같은 모방이어도 의도가 이렇게 다르다.

매듭무늬, 짐승 머리, 파란 에나멜

복제품이라고 볼 게 없지는 않다. 원본을 충실히 옮긴 덕에 아일랜드 금속 공예의 어휘가 한자리에 모였다. 같은 부문의 다른 작은 물건들은 중세의 작은 보물들에 있다.

성 무라의 지팡이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성 무라의 지팡이 머리와 성 라흐틴의 팔 성물함 표면에는 켈트 매듭무늬가 있다. 선들이 서로 넘나들며 끝없이 이어진다. 갈고리 끝이나 무늬 띠에는 짐승 머리가 자주 보인다.

성 패트릭의 복음서 함

성 몰라이세의 복음서 함 앞면에 새긴 날개 달린 형상들은 네 복음사가의 상징이다. 성 패트릭의 복음서 함에는 십자가의 그리스도와 성인들을 새기고 파란 에나멜과 보석을 박았다.

코맥 맥카시의 지팡이

「코맥 맥카시의 지팡이」는 조금 따로 봐야 한다. 이름과 달리 문화권이 프랑스로 분류되어 있다. 아일랜드 왕의 것이라는 전승에서 이름이 붙었지만 형식은 프랑스 리모주의 에나멜 지팡이다. 이름만 보고 모두 아일랜드 물건이라고 여기면 곤란하다.

은빛 조각이 이어질 때 기댈 곳

은빛과 청동빛이 주조라 색으로 가를 여지는 적고, 그 몫을 형태가 한다. 지팡이와 팔 성물함은 거의 윤곽이 전부다. 「성 무라의 지팡이」는 갈고리 모양이 화면을 가로지르고, 「성 패트릭의 손」은 팔 모양이라 옅은 배경과 쉽게 갈린다. 윤곽선을 따라 조각을 둘러 뼈대를 세우고 안쪽은 무늬가 흐르는 방향을 보며 채우는데, 이 둘은 48조각이면 넉넉하다.

상자형은 칸이 곧 틀이다. 복음서 함이나 카타흐 성물함은 앞면이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어서, 모서리의 보석 조각으로 네 꼭짓점을 잡고 칸을 하나씩 채워 간다. 붉은 보석이나 수정, 「성 패트릭의 복음서 함」의 파란 에나멜, 「코맥 맥카시의 지팡이」의 푸른 뱀 비늘처럼 색이 도는 곳은 은빛 사이에서 반갑게 눈에 띈다. 부조가 빽빽한 상자형은 100조각으로 맞춰도 칸 덕분에 길을 잃지 않는다. 그래도 은빛 무늬만 있는 조각이 끝없이 이어지면 막힐 때의 요령대로 다른 칸으로 옮겨 간다.

100년 전 장인의 손

이 성물들은 원본이 아니어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원본을 보러 갈 수 없는 사람에게 그 모습을 전하려던 시도였고, 그 시도가 100년이 지나 퍼즐 화면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 아일랜드 수도원이 성인의 유물을 상자에 모시던 마음과, 그것을 본뜬 100년 전 장인의 손과, 지금 그 조각을 맞추는 사람이 한 줄로 이어진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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