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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없이 나무 결로 새긴 슬픔, 남부 독일의 마리아상 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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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수건을 깊이 눌러쓴 여인이 두 팔을 가슴 앞에 엇갈려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옷자락은 무릎 아래로 굵은 주름을 지으며 흘러내리고, 눈은 내리깔았고, 입은 다물었다. 「중세 미술」 부문의 조각들은 대개 금박을 입었거나 색을 칠했는데, 16세기 초 남부 독일에서 만든 이 「슬퍼하는 성모」에는 물감이 한 방울도 없다. 나무의 결과 빛깔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슬퍼하는 성모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높이 33센티미터의 작은 조각이다. 손바닥만 한 중세 상아 소품이나 켈레키안 유증품보다는 크지만, 품에 안아 들 수 있을 만한 크기다. 소장처 정보를 보면 재료는 보리수나무(라임우드)이고, 1909년 로저스 기금으로 미술관에 들어왔다. 문화권은 “남부 독일”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 어느 도시의 어느 공방에서 나왔는지는 남아 있지 않다.

원래는 십자가 아래 서 있었다

지금은 혼자지만 처음부터 혼자였던 건 아니다.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 곁에 세워 두었던 조각으로 보인다. 십자가 아래 마리아와 요한을 한 쌍으로 세우는 건 중세 제단의 오랜 관습이었다.

그러니 이 성모상은 십자가의 그리스도, 그리고 맞은편에 섰을 사도 요한과 함께 한 장면을 이루었으리라. 십자가도 요한도 사라지고 슬퍼하는 성모만 남았다. 큰 제단화가 낱장으로 흩어진 로버트 리먼 컬렉션의 패널들처럼, 이 조각도 한 벌의 일부였다가 홀로 떨어져 나왔다.

칠하지 않은 나무

중세 조각은 거의 다 색을 입혔다. 성인의 옷은 화려한 빛깔로, 후광은 금박으로 덮는 게 관례였다. 이 조각은 그 관례를 따르지 않는다. 보리수나무는 결이 곱고 무르며 잘 갈라지지 않아서 16세기 초 남부 독일 조각가들이 즐겨 썼다. 이 시기에는 리멘슈나이더처럼 색을 칠하지 않고 나무 자체를 마감으로 삼은 작품이 많았다.

티만 리멘슈나이더는 15~16세기 남부 독일을 대표하는 조각가로, 나무 결을 그대로 살린 무채색 조각으로 이름이 높다. 이 성모상이 리멘슈나이더의 손에서 나왔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같은 시대, 같은 지역에 퍼져 있던 “칠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완성”이라는 생각을 함께 나눠 갖고 있다.

색이 빠지면 눈은 다른 데로 간다. 옷 주름이 얼마나 깊은지, 나무 결이 어디로 흐르는지, 얼굴에 그림자가 어떻게 지는지. 옷 주름을 크고 각지게 파낸 솜씨도 그 전통에서 나왔다. 조각가는 색 대신 칼이 들어간 깊이와 각도로 슬픔을 전하려 했다.

울지 않는 어머니

이 조각에서 가장 세게 다가오는 건 얼굴 표정보다 몸의 자세다. 두 팔을 가슴 앞에 엇갈리고, 고개를 깊이 숙이고, 눈을 내리깔고, 입을 다물었다. 몸부림도 눈물도 없이 조용히 참고 있다.

십자가 아래서 아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어머니를 새기면서 조각가는 울부짖음 대신 침묵을 골랐다. 같은 인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이만큼 달라진다는 건 시에나 화가들이 저마다 그린 베르나르디노에서도 보인다. 물감이 없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눈을 붙잡는 화려한 색이 없으니 나무의 갈색과 깊게 파인 그림자만 남고, 그게 사람을 오래 붙잡아 둔다.

그림자부터 모으기

색이 거의 없는 조각이라 드가와 로트렉의 소묘에서 썼던 “밀도로 나누기”가 잘 맞는다. 굵고 각진 옷 주름이 만드는 깊은 그림자, 그러니까 가장 어두운 조각들부터 모으면 주름의 큰 흐름이 잡힌다. 숙인 얼굴과 가슴 앞에서 엇갈린 손은 모양이 뚜렷해서 자리를 확정하기 좋다. 색은 없어도 밝은 갈색에서 어두운 갈색까지 톤이 여러 단계라, 밝기별로 미리 나눠 두면 덜 헷갈린다. 배경은 단색이니 인물의 윤곽을 먼저 끝내고 맨 나중에 채운다. 24조각이나 48조각이면 세로로 긴 몸을 머릿수건에서 옷자락 끝까지 위에서 아래로 따라 내려가며 맞출 수 있다.

500년 넘게 이어진 침묵

금박도 없고, 여러 인물이 얽힌 이야기도 없다. 한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곁에 섰던 십자가와 요한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공방의 이름도 남지 않았다. 그래도 칼끝이 파 놓은 옷 주름은 500년 넘게 그 자리에 그대로 접혀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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