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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장으로 팔려 흩어진 제단화, 로버트 리먼 컬렉션의 짝 패널 세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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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박 아치 안에서 젊은 사도가 두 손으로 책을 받쳐 들고 있다. 옆 패널에서는 수염 난 성인이 지팡이를 짚었다. 두 그림은 원래 한 제단화에 함께 있었다. 로버트 리먼 컬렉션에는 이렇게 작은 패널 그림이 여럿 있는데, 그중 몇 점은 처음부터 작은 그림이었던 게 아니라 훨씬 큰 제단화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이다. 큰 제단화는 성인과 성인 사이의 패널로 나뉘어 있었고, 근대 이후 미술 시장에서는 이런 제단화가 통째로 팔리지 못해 낱장으로 해체되어 팔리는 일이 흔했다. 그렇게 흩어졌다가 다시 짝으로 만난 패널이 세 쌍 있다.

짝화가연대재료
성 필립보 · 대 야고보로 보이는 성인스피넬로 아레티노1384~85나무에 템페라, 금박 바탕
채찍질 · 매장포를리의 화가(이름 미상)14세기 전반나무에 템페라, 금박 바탕
남성 성인 ·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프라 필리포 리피 공방1447~69년 무렵나무에 템페라와 금

젊은 사도와 나이 든 사도

성 필립보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대 야고보로 보이는 성인

「성 필립보」와 「대 야고보로 보이는 성인」은 스피넬로 아레티노가 1384~85년에 그린 제단화에서 나왔다. 두 패널이 같은 미술관에 함께 있는 것도 그래서다.

나란히 놓으면 화가가 무엇을 노렸는지 보인다. 필립보는 금박 아치 안에서 책을 받쳐 든 젊은 얼굴이고, 다른 쪽은 지팡이와 책을 든 수염 난 얼굴이다. 젊은 사도와 나이 든 사도를 맞세운 구성이다. 지팡이가 순례자의 표식이라 이 성인을 대 야고보로 추정하지만 확정되지는 않았다. 시에나 화가들이 같은 성인을 따로따로 거듭 그린 성 베르나르디노 초상들과 달리, 이 둘은 처음부터 한 제단 안에서 짝으로 계획된 그림이다.

채찍질에서 매장까지, 수난의 처음과 끝

채찍질

매장

「채찍질」과 「매장」을 그린 사람은 “포를리의 화가”라는 별칭으로만 불린다. 이탈리아 북부 로마냐 지방에서 활동했다는 것 말고는 알려진 게 거의 없어서 붙은 이름이다.

두 패널은 세로 20센티미터 안팎의 아주 작은 그림이다. 원래는 수난 장면을 여러 칸으로 나눈 작은 제단화의 일부였다. 「채찍질」에서 그리스도가 매를 맞으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매장」에서 석관에 눕혀지며 끝난다. 그 사이에 패널이 몇 개 더 있었을지는 지금 자료로 알 수 없다. 그래도 처음과 끝, 이 두 장면만은 나란히 살아남았다.

「매장」은 화풍이 섞여 있는 것도 볼거리다. 바위산을 층층이 쌓아 공간을 만드는 방식은 비잔틴 성화에서 왔고, 인물들의 후광과 옷 색은 서유럽 고딕에서 왔다. 로마냐 지방 회화 특유의 혼합적인 성격으로, 동쪽과 서쪽의 전통이 손바닥만 한 패널 위에서 마주친다.

제단화 옆 기둥을 채우던 폭 13cm 패널

남성 성인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

「남성 성인」과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는 쓰임부터 다르다. 큰 제단화의 양옆 기둥 자리(필라스터)에 끼워 넣던 패널로, 폭이 13cm밖에 안 된다. 중심에서 성인을 보여 주던 그림이 아니었고, 그 옆을 장식하던 좁은 기둥이었다.

두 패널은 폭 12.7센티미터, 높이 48.3센티미터로 크기가 똑같다. 프라 필리포 리피의 공방에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검은 수도복을 입은 「남성 성인」은 베네딕토회 수도자인데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흰 수도복의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는 발치에 사슬로 묶인 작은 악마가 있어 신원이 분명하다. 유혹과 이단을 물리쳤다는 뜻의 도상이다. 이름이 남은 성인과 남지 않은 성인이 한 제단화의 좌우를 지키고 있었다.

왜 이렇게 흩어졌을까

큰 제단화가 조각나 팔린 이유는 여러 가지로 알려져 있다. 교회가 문을 닫거나 고쳐 지으면서 오래된 제단화를 처분했다. 19~20세기 미술 시장에서는 작은 패널이 개인 수집가의 벽에 걸기 훨씬 수월했다. 큰 제단화를 통째로 사들일 여력이 있는 사람은 드물었어도, 성인 한 명이 그려진 손바닥만 한 패널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그래서 한 몸이던 그림이 세계 곳곳의 미술관과 개인 소장품으로 흩어졌다. 이 세 쌍이 리먼 컬렉션에 짝으로 남아 있다는 건, 흩어지는 와중에도 함께 팔렸거나 어디선가 다시 만났다는 뜻이다.

민무늬 금박에서 막힌다

여섯 점 모두 금박 바탕에 인물 하나가 좁고 길게 서 있다. 옷자락과 얼굴 윤곽은 금빛과 확연히 달라서 금방 골라지는데, 아무 무늬 없는 금박 조각들이 한 무더기로 남는다. 후광 둘레의 새김 무늬부터 붙이고 바깥으로 넓혀 가면 그 무더기가 조금씩 줄어든다. 금박 패널화 퍼즐 가이드에서 쓴 방법이다. 베르나르 발치의 사슬 묶인 악마, 야고보의 지팡이처럼 모양이 또렷한 것은 손에 잡히는 대로 먼저 놓는다.

같은 제단화에서 나온 두 점을 이어서 맞추면 화가가 짠 대비가 손끝으로 전해진다. 스피넬로의 사도들이나 포를리의 두 장면은 24~48조각 어디쯤이든 무난하다. 폭 12.7센티미터짜리 필라스터 패널은 세로로 길쭉하게 잘리니 낮은 쪽으로 고르는 게 덜 답답하다.

몇 세기를 떠돌다 다시 이웃이 된 패널들

여섯 점은 하나씩 봐도 좋은 그림이지만 짝을 알고 나면 달리 보인다. 젊음과 늙음, 시작과 끝, 이름 있는 이와 이름 없는 이. 같은 제단 앞에 나란히 서 있던 패널들이 몇 세기를 떠돌다 이 미술관에서 다시 이웃이 되었다. 제단화가 해체되고 다시 모이는 미술 시장의 역사를 이만큼 조용하게 보여 주는 예도 드물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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