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2센티미터 비잔틴 금화 네 점을 퍼즐로 크게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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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만 한 금화 한 닢에 황제의 얼굴과 왕관, 둘레를 감은 글자가 다 들어 있다. 「중세 미술」 부문에 있는 비잔틴 제국 금화 네 점 이야기다. 2020년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유증으로 받은 것들로, 실제 지름은 1.4~2센티미터밖에 안 된다. 퍼즐 화면에서는 이게 손바닥을 가득 채울 만큼 커진다.
| 작품 | 연대 | 크기 |
|---|---|---|
| 아일리아 풀케리아의 세미시스 | 415~453 | 약 14mm |
| 아나스타시우스 1세의 세미시스 | 491~518 | 약 14mm |
| 테오필로스의 솔리두스 | 829~843 | 약 19mm |
| 테오필로스의 트레미시스 | 829~843 | 크기 정보 없음 |
연대는 소장처가 적어 둔 값이다. 대체로 그 황제나 황후가 다스리던 기간과 겹친다.
솔리두스, 세미시스, 트레미시스
이름은 낯설지만 구조는 단순하다. 솔리두스가 비잔틴의 기준 금화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처음 만든 뒤 700년 넘게 무게와 순도를 지켰고, 덕분에 중세 지중해 세계에서 거의 기축통화 노릇을 했다. 세미시스는 그 절반 무게, 트레미시스는 3분의 1 무게다. 일상 거래에 쓰려고 잘게 쪼갠 단위들이다.
큰 거래엔 솔리두스, 작은 거래엔 세미시스나 트레미시스. 지금의 큰 지폐와 잔돈 같은 관계다.
옆얼굴에서 정면 얼굴로
네 점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황제가 고개를 돌린다.
가장 이른 것은 5세기 말 아나스타시우스 1세의 금화다. 진주 왕관을 쓴 황제가 오른쪽을 향한 옆얼굴로 새겨져 있고, 어깨에는 갑옷과 망토가 걸쳐 있다. 로마 동전이 오래 써 온 옆얼굴 초상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400년 가까이 흐른 9세기, 테오필로스의 금화 속 황제는 정면을 본다. 왕관을 쓰고 십자가 지팡이를 들었고, 가장자리에는 그리스어로 “테오필로스 바실레우스(황제)“라는 글자가 둘려 있다. 아나스타시우스 이후 비잔틴 동전은 이렇게 조금씩 정면 초상으로 옮겨 갔다. 글자가 라틴어에서 그리스어로 바뀐 것도 같은 흐름이다. 두 금화를 나란히 두면 로마의 동전이 비잔틴의 동전이 되어 가는 400년이 한눈에 들어온다.
풀케리아 금화 뒷면의 CONOB
풀케리아의 세미시스는 앞면 대신 뒷면을 퍼즐로 만들었다. 월계관 안에 십자가가 있고, 그 아래 “CONOB”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CONOB는 콘스탄티노플 조폐소에서 만든 순금이라는 표시다. 요즘 말로 하면 품질 보증 마크쯤 된다. 동전마다 “이 금은 순금입니다”라는 말을 달고 돌아다녔다. 십자가는 기독교 제국을, 월계관은 승리를 뜻한다.
풀케리아는 동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 2세의 누이였다. 어린 황제를 대신해 정치를 이끌었고 나중에는 스스로 황후가 되었다. 그런데 이 동전 뒷면에는 그의 초상 없이 이름만 붙어 있어서, 정확히 누구를 기리려고 만든 동전인지는 지금 자료로 더 파고들기 어렵다.
성상 파괴 시대의 황제 테오필로스
테오필로스(재위 829~843)는 성상 숭배를 금지한 마지막 황제였고, 학문과 건축을 후원한 인물이기도 했다. 성상 파괴 시기에는 종교 그림과 조각이 금지되었다. 그런 때에 동전은 제국이 사람들 앞에 내보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미지였다. 황제의 얼굴과 십자가가 새겨진 금화가 제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으니, 어떤 면에서는 그 시대의 공공 미술이었다고 해도 좋겠다.
트레미시스 쪽은 사진 한 장에 금화 여섯 개가 함께 찍혀 있다. 크기도 닳은 정도도 조금씩 다르다. 같은 황제, 같은 해에 찍어 낸 동전이라도 하나하나 표정이 다르다.
금색 원 하나와 단색 배경
동전 퍼즐은 배경이 늘 단색이다. 파란 천 위의 금화, 검은 배경 위의 금화. 가운데 금색 원이 하나 있고 나머지는 밋밋하다. 단색 면이 넓은 그림 공략법이 거의 그대로 들어맞는다.
정작 까다로운 건 가장자리 글자다. 테두리를 따라 휘어 있어서 글자 조각만 모아 놓으면 어디가 위인지도 헷갈린다. 조각 속 글자가 기운 각도를 보면 어느 쪽 가장자리인지 짐작이 가니, 그 각도대로 원을 따라 늘어놓는다. 황제의 얼굴, 왕관, 십자가처럼 형태가 뚜렷한 조각을 먼저 맞추는 건 초상화 퍼즐 가이드의 “얼굴 먼저”와 같다. 파란 천이나 검은 배경처럼 무늬 없는 부분은 동전 윤곽을 다 채운 다음 맨 나중에 메운다.
물건이 작으니 조각도 적게 자른다. 솔리두스와 트레미시스는 48조각, 세미시스 두 점은 24조각 정도. 트레미시스는 금화 여섯 개의 둥근 윤곽이 저마다 따로 서서 48조각으로도 심심하지 않다.
손톱만 한 표면에 새겨진 세계
실제 금화는 손톱보다 조금 큰 정도라 맨눈으로는 얼굴이 어디 있는지도 흐릿하다. 퍼즐 화면은 이 작은 물건을 손바닥만 하게 키워서, 두드려 만든 표면의 흔적과 닳은 가장자리까지 보여 준다. 같은 부문의 작은 물건들은 중세의 작은 보물들에 더 모여 있다.
1500년 전 누군가의 손에서 다른 손으로 건너가던 금화 한 닢. 화면 가득 커진 지금은 그 많은 손이 닳게 만든 가장자리까지 조각 하나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