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목록

쿠르타부터 망토까지, 생김새로 갈라지는 이슬람권 옷 여섯 벌

작성

같은 비단에 같은 금실을 써도, 소매를 떼면 조끼가 되고 모자를 달면 망토가 된다. 인도 남성 옷 일곱 벌을 다룬 글에서 앙가르카·초가와 함께 쿠르타 한 벌을 소개했는데, 아직 다루지 않은 쿠르타가 두 벌 더 있었다. 그 둘에서 시작해 조끼, 의례용 코트, 망토, 인형 크기의 혼례복까지 생김새가 다른 여섯 벌을 모았다. 같은 이슬람권 의상 전통 안에서도 형태 하나가 바뀌면 전혀 다른 옷이 된다.

작품형태재료
쿠르타긴 상의비단 자수
쿠르타긴 상의비단 자수
조끼소매 없는 상의비단, 금속사
의례용 코트겉옷면, 비단, 금속사
부르누스/셀함모자 달린 망토비단
팔레스타인 인형 드레스인형 크기 드레스면, 비단

바탕색만 다른 쿠르타 두 벌

첫 번째 쿠르타이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기 → 쉬움은 약 5분

첫 번째 쿠르타는 짙은 갈색 비단에 격자와 원형 자수를 빽빽이 놓았다. 어깨와 가슴을 덮는 격자무늬 아래로 원형 무늬가 겹친 큰 자수 판이 허리까지 내려온다. 이런 격자와 원형 무늬는 인도 서부와 파키스탄 신드 지역 자수에서 보이며, 거울 자수에서 다룬 것과 같은 계열이다. 원래는 거울 조각을 함께 박기도 했다.

두 번째 쿠르타

두 번째 쿠르타는 생김새가 거의 같은데 바탕이 황금빛이다. 어깨와 가슴을 덮는 격자무늬 자수 판이 V자로 내려오고 테두리는 붉다. 이 사이트에는 같은 형식의 쿠르타가 여러 벌 있어서 바탕색과 자수 배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견줘 볼 수 있다. 황금빛 비단은 잔치나 혼례용이었다. 자수 판은 따로 만들어 덧댄 것이라 옷이 낡으면 떼어 내 다시 썼다.

쿠르타는 남아시아 전역에서 남녀 구분 없이 입는 긴 상의다. 이번 두 벌은 소장 기록에 여성복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앞서 남성복으로 소개한 한 벌과는 결이 다르다. 한 가지 형태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두루 쓰였다고 읽는 게 맞겠다.

두 벌 모두 가슴판 자수 조각과 바탕 조각이 뚜렷이 갈리니, 퍼즐에서는 자수 판부터 맞추고 어깨의 격자와 밑단 띠로 위아래를 잡으면 된다.

안감까지 신경 쓴 조끼

조끼

조끼는 작은 꽃무늬를 짜 넣은 비단에 금실 테두리와 끈 단추를 달았다. 겉감은 붉은색과 초록이 섞인 브로케이드이고, 앞섶과 주머니 입구, 밑단을 금실로 둘렀다. 무늬 비단으로 만든 조끼는 오스만 제국과 인도, 중앙아시아에서 두루 입었다. 긴 겉옷 안에 받쳐 입어서 앞섶 사이로 무늬가 드러나게 했다.

안감을 보면 손이 한 번 더 갔다. 안쪽에도 잔무늬 천을 댔다. 옷을 뒤집어 보여도 부끄럽지 않게 하려는 마음이다. 끈 단추는 이 지역 남성복의 오래된 여밈 방식이었다.

잔무늬가 온통 반복돼서 퍼즐로는 자리 잡기가 까다롭다. 앞섶의 금실 테두리와 주머니 곡선으로 틀을 먼저 만들고, 안감과 겉감은 밝기로 나눈다.

제작 연도가 좁게 남은 궁정 겉옷

의례용 코트

의례용 코트는 다른 옷들과 달리 제작 시기가 1884년에서 1890년으로 좁게 기록되어 있다. 소장 경위가 분명했던 덕이다. 갈색과 미색 지그재그 무늬 비단에 어깨와 가슴은 금실 자수 판으로 덮었고, 허리 아래로는 잔주름 잡은 넓은 치마가 무릎 아래까지 퍼진다. 어깨의 금실 자수와 허리 아래 잔주름은 인도 북부 궁정 의상의 요소다. 걷거나 춤출 때 치마가 넓게 퍼지게 만들었다.

어깨의 금색 자수와 지그재그 무늬는 질감이 다르니 어깨부터 맞추고, 무늬는 방향과 주름의 세로선을 따라 잇는다.

소매 없이 두르는 망토

부르누스, 또는 셀함

부르누스, 또는 셀함은 붉은 줄무늬 비단으로 지은 모자 달린 망토다. 셀함은 모로코에서 부르누스를 부르는 이름이다. 양모 대신 비단으로 지은 건 도시 부유층이 격식 있는 자리에 입던 옷이다. 줄무늬 비단은 페스 같은 도시의 직조 공방에서 짰고, 줄의 색과 폭으로 집안이나 지역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복되는 무늬에서 다룬 부르누스와는 이름과 형식만 같은 별개의 작품이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볼 만하다.

퍼즐에서는 줄무늬의 각도가 열쇠다. 어깨 근처는 세로에 가깝고 밑단으로 갈수록 비스듬해지니, 조각 속 줄의 기울기로 높이를 가늠한다.

혼례복을 그대로 줄인 인형 옷

팔레스타인 인형의 "왕의 드레스"

마지막은 팔레스타인 인형의 “왕의 드레스”다. “토브 알말레크”는 “왕의 드레스”라는 뜻으로, 베들레헴 지역 혼례복 가운데 가장 화려한 형식을 가리킨다. 붉은색과 초록, 검은색 줄무늬 천에 노란 테두리를 두른 자수 가슴판을 달았다. 길이 53센티미터의 인형 옷이라 실제 옷보다 훨씬 작지만 구성은 그대로다. 줄무늬 비단은 시리아에서 짜 왔고, 가슴판 자수는 금실과 비단으로 채우는 게 원칙이었다. 진짜 혼례복을 입어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구성과 색을 한눈에 보여 주는 견본이었을 것이다.

노란 테두리의 가슴판을 먼저 맞추고, 줄무늬는 색 순서를 미리보기와 대조하며 이어 간다. 여섯 벌 모두 48~100조각이면 알맞다.

재단이 바뀌면 자수 자리도 바뀐다

여섯 벌을 형태 순서로 늘어놓으면 긴 상의에서 조끼, 겉옷, 망토, 축소 모형까지 이어진다. 이슬람권 남성복과 남녀가 함께 입던 옷들이 얼마나 다양한 실루엣을 가졌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여성 드레스 여섯 벌이 같은 형식에 자수만 달리했다면, 이쪽은 형식부터 저마다 다르다.

재단이 다르면 입는 법이 다르고, 입는 법이 다르면 수를 놓을 자리도 달라진다. 조끼는 앞섶에, 코트는 어깨에, 인형 옷은 가슴판에 공을 들였다. 옷을 만든 사람들은 그 옷이 몸 어디에서 사람들 눈에 띌지를 먼저 생각했던 것 같다.

이 글에서 소개한 퍼즐

이어서 읽으면 좋은 글

앙가르카와 초가, 쿠르타로 보는 인도 남성 옷의 자수와 직조 →자수만 보면 마을이 보이는 시리아 축제복과 알바니아 혼례복 →이슬람 의상 퍼즐에서 반복되는 무늬가 오히려 어려운 이유 →거울을 꿰매 단 인도 서부의 자수는 어떻게 런던 상점까지 갔을까 →재단은 같고 자수만 다른 19세기 이슬람권 여성 드레스 여섯 벌 →옷깃만 남은 튜닉과 인도에서 온 셔츠 두 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