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의 붉은 모자부터 팔레스타인 머릿수건까지, 머리에 쓰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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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가죽을 이어 붙인 둥근 모자가 하나 있고, 그 옆에는 미색 천을 부채처럼 주름 잡은 머리 장식이 있다. 옷 퍼즐은 꽤 많이 소개했지만 머리에 쓰는 것들은 한 번도 따로 모아 본 적이 없었다. 추기경의 붉은 모자에서 팔레스타인의 자수 머릿수건까지, 여섯 점을 골랐다.
| 작품 | 무엇인가 | 재료 |
|---|---|---|
| 필레우스 | 추기경의 둥근 모자 | 가죽 |
| 비레타 | 추기경의 각진 모자 | 비단 |
| 오리에이저르 | 네덜란드 여성의 머리 테 | 금, 진주 |
| 모자 | 유럽 지방의 예식용 모자 | 비단, 금속사, 아마 |
| 머리 장식 | 유럽 시골 여성의 부채형 머리 장식 | 면, 금속 |
| 머릿수건 | 팔레스타인 자수 머릿수건(19세기) | 아마, 비단 |
한 추기경의 모자 두 점
필레우스는 붉은 가죽으로 만든 둥근 모자다. 가죽 여섯 조각을 이어 반구를 만들고 꼭대기에 작은 꼭지를 달았을 뿐, 장식이 없다. 이름은 고대 로마의 챙 없는 모자에서 왔다. 지금은 가톨릭 성직자가 쓰는 작은 모자를 가리키고, 붉은색은 추기경만 쓸 수 있다. 가죽으로 만든 건 드물어서 여행용이나 평상시용이었을지도 모른다.
비레타는 같은 소장품으로 들어온 다른 모자다. 네모난 바닥에서 날개 셋이 솟아 가운데서 만나고, 붉은 비단으로 지었다. 사제는 검은색, 주교는 자주색, 추기경은 붉은색 비레타를 쓴다. 날개가 셋이면 로마식이고 지역에 따라 넷짜리도 있다. 두 모자 모두 1941년 애그니스 클라크라는 사람이 기증했다는 기록이 있어서, 한 추기경의 물건이었으리라 짐작된다. 예식의 격식과 길 위의 실용이 한 사람의 짐 속에 나란히 들어 있었다.
어느 마을 사람인지 알려 주던 머리 장식
나머지 넷은 유럽과 서아시아 여성들의 머리 장식이다.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생김새와 무늬만 봐도 그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수 놓은 견본의 이야기나 시리아 마을별 옷에서 본 것과 같은 일이 머리 위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오리에이저르는 네덜란드어로 “귀 쇠”라는 뜻이다. 머리에 두르는 가는 금테이고, 양쪽 관자놀이 자리에 네모난 장식판이 달렸다. 처음에는 흰 레이스 모자를 고정하는 쇠 테였는데 살림이 나아지면서 은과 금으로 바뀌었다. 모자 밖으로 드러난 양끝 장식판이 사는 곳과 재산을 함께 보여 주었고, 19세기 중반 제일란트와 프리슬란트 지방에서 특히 화려해졌다고 한다.
모자는 붉은 비단에 금속사 레이스를 촘촘히 두른 높은 원통형이다. 18세기 후반 유럽 여러 지방에서 혼례나 축제 때 썼고, 지역마다 모양이 조금씩 달라 그것만으로 출신지를 알 수 있었다. 금속사 레이스가 비쌌으니 이런 모자는 대를 이어 물려주었다.
여섯 점 가운데 실루엣이 가장 극적인 건 머리 장식이다. 금실과 구슬로 꽃을 수놓은 검은 벨벳 띠 위에, 미색 천을 잘게 주름 잡아 부채처럼 활짝 폈다. 19세기 유럽 여러 지방의 여성 민속복에서 보이는 방식으로, 주름의 크기와 방향이 마을마다 달랐다. 풀을 먹여 다려야 해서 손이 많이 갔고, 그래서 축제 때만 썼다.
수탉이 늘어선 머릿수건
머릿수건은 미색 아마천 두 폭을 가운데서 이어 붙이고 주로 붉은 실로 수놓았다. 위 칸에는 꽃병에 꽂힌 꽃과 가지 뻗은 나무가 십자형 띠 사이에 들어 있다. 그 아래로 사각 받침 위에 선 수탉이 폭마다 세 마리씩 줄을 서고, 맨 아래에는 세로 줄무늬 띠와 굵은 술이 달렸다. 메트 기록은 제작지를 팔레스타인, 시기를 19세기로 적고 있고, 전체 길이가 231.8센티미터나 된다. 사진은 이 긴 천 중 술 달린 한쪽 끝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몸에 둘렀을 때 늘어지는 끝자락에 자수와 술을 몰아 둔 모양이다.
여섯 점을 나란히 놓으면 대비가 선명하다. 성직자의 모자는 계급을 나타내는 정해진 색과 형태를 따랐다. 여성들의 머리 장식은 규칙보다 마을과 지역이라는, 훨씬 촘촘하고 사적인 지도를 그렸다. 똑같이 머리에 쓰는 물건인데 담긴 정보의 결이 이렇게 다르다.
똑같은 수탉들 사이에서
배경이 대부분 단순해서 물건의 생김새만 따라가도 윤곽은 잡힌다. 흰 배경 앞에 놓인 필레우스와 비레타는 24조각으로 충분하고, 비레타는 날개 셋이 만나는 꼭짓점을 먼저 놓으면 나머지가 그 둘레로 모인다. 오리에이저르는 금테의 곡선과 양쪽 장식판을 찾은 뒤 진주 핀 조각으로 세부를 채운다. 모자와 머리 장식은 금속사 레이스의 반짝임과 벨벳 자수의 색으로 크게 갈라 놓고 좁혀 들어간다. 무늬 많은 이 넷은 48조각 정도로 맞추게 된다.
손이 멈추는 건 머릿수건이다. 수탉이 폭마다 세 마리씩 똑같은 자세로 서 있고 꽃과 나무도 좌우로 되풀이돼서, 수탉 조각 하나를 들고 어느 칸인지 고르기가 어렵다. 반복 무늬가 어려운 이유에서 다룬 대로 이럴 땐 무늬를 잠시 잊고, 맨 아래 굵은 술과 세로 줄무늬 띠, 테두리부터 붙여 칸을 세운다.
모자 하나, 머릿수건 한 장이 쓴 사람의 신분과 고향, 결혼했는지까지 알려 주던 때가 있었다. 지금 우리가 쓰는 모자는 그만큼 많은 걸 말해 주지 않는다. 그게 조금은 아쉽다.